“우리는 한다면 한다. 중도 작파는 없다”

담양마라톤클럽(회장 송병관)은 지난 2003년 10월 우리고장 담양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만든 자칭 깡(?)과 힘으로 똘똘 뭉친 마라톤 클럽이다.

지난 주말 땅거미가 지는 추성경기장 늦은 7시. 헐렁한 마라톤복을 입은 10여명의 마라토너들이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한다.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지난 한주 동안 일상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털어 내고 굳어진 몸을 서서히 주무르며 당기고 턴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경기장 트랙을 한바퀴 돈 뒤 바람을 가르며 관방제림 숲길을 따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내달리는 회원들의 힘찬 레이스를 통해 42.195km 완주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이한 담양마라톤클럽은 군민 건강증진 및 지역마라톤 문화 보급을 위한 작은 소망이 불씨를 지펴 출범 당시 4명에 불과하던 회원수가 30여명으로 늘어 나는 것과 궤를 같이해 회원들의 기량향상은 물론 당초 목표였던 계획들을 하나둘씩 실천에 옮기면서 지역민들의 신뢰도 높아가고 있다.

▲담양마라톤, 지역홍보 대사
담양마라톤클럽은 전국 각지의 마스터스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죽부인 등 대나무골 담양을 상징하는 상품을 메고 뛰어 눈길을 끄는가 하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대숯비누, 대잎술, 대나무베게 등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등 담양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남 함양에서 개최된 함양산삼마라톤대회에 참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참가선수 상당수가 중도에 포기하는 악조건속에서도 죽부인을 메고 완주하는 기염을 토해 향토사랑에 큰 감명을 받은 함양군수로부터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재에 나선 기자가 “어떻게 죽부인을 메고 뛸 생각을 하게 됐는지?”묻자 마라톤클럽 송병관 회장은 “마라톤대회를 찾아 전국을 누비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향사랑이 애틋해 집니다. 어떻게든 담양을 알리고 싶은데 어떤 100마디 미사여구보다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좋을 것 같아 생각한게 죽부인이지요”

송 회장은 또 “전국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 죽부인은 담양과 담양마라톤을 상징하는 명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라고 귀뜸했다.

▲메타세쿼이아 전국마라톤대회
지난해 11월 9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2천여명의 마라토너들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진 메타세쿼이아 전국마라톤대회가 펼쳐졌다. 이번 대회는 추성경기장에서 출발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쳐 천주교 공원묘지를 돌아 천혜의 자연숲 관방제림을 거쳐 골인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이날 대회 참가자 전원에게는 완주메달이 수여됐고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트로피가 증정됐다.

특히 대회 참가자 중 화순에서 출전한 최고령자 안규남(73세) 할아버지와 최연소자로 5km에 도전하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문지환(5세) 어린이가 대회참가자들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았으며 광주에서 선교활동중인 캐나다와 미국인 6명 등 외국인들도 상당수 참가하여 눈길을 끌었다.

담양클럽은 6회째를 맞이한 메타세쿼이아 전국마라톤대회를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타 지역에 비해 적은 보조금으로 전국대회를 치러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참가자들에겐 기념품으로 지역 특산품과 담양사랑상품권을 지급해 훈훈한 담양 인심을 선보임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담양체육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담양클럽의 고향사랑에 대해 전북 부안 등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해가기도 했다.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보자
취미로 조깅을 시작해 지금은 마라톤 매니아로 통하는 김영환(45세)씨는 3년전 젊은 열정과 ‘할 수 있다’는 패기 하나만 믿고 마라톤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2006년 4월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두달 전 부터 일요일마다 10~15km씩 뛰었던 것이 출전 준비의 다였다. 이른 새벽 가족을 태운 차를 몰고 광주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그는 뭣 모르고 “4시간 정도면 완주할거야!”라며 큰소리 치며 출발 했지만 마라톤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도 기다리는 가족들과 자기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애 첫 풀코스를 5시간 28분 30초만에 완주했다.

“왜 이리 힘든 마라톤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제 자신의 인내력과 끈기를 키우려고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심폐기능도 좋아졌고 요즘에는 달리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삼조라 할 수 있겠지요”라며 마라톤 예찬론을 폈다.

그는 또 “팔과 옆구리 사이, 허벅지 사이는 꼭 바세린을 발라 줘야 합니다.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서죠”라며 맨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 이런 것들을 모르고 뛰어 고생했던 기억을 담담히 털어 놓았다.

마라톤은 5km, 15km, 하프코스(21.195km). 풀코스(42.195km)로 나뉜다. 그냥 운동화 신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용 운동화와 땀을 배출할 수 있는 기능성 옷은 기본이고 달리는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한 손목시계는 필수 아이템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