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길 웅(본지 논설위원, 서강 전문학교 학장)

북한은 지난4월 16일에 남.북 접촉을 제안하면서 5일 뒤인 4월 21일에 만나자고 했다. 만나서 겨우 하는 말이 개성공단 노임문제와 공단부지의 사용료를 당장 내년부터 받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20여분만에 협상을 마치고 말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틈만 나면 온갖 협박을 일삼고 있다. 서울의 거리가 군사분계선(軍事分界線)으로부터 불과 50킬로밖에 안 된다는 등, PSI(대량살상무기확상방지구상)에 참여하게 되면 대북정책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등, 현대아산직원 유모씨를 개성공단에 한 달여 동안이나 억류해놓고, 우리 측과는 접견도 못하게 하는 등,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역적패당이란 욕설을 함부로 해 되면서, 스스로 무지를 폭로하고 잡배(雜輩)들이나 하는 버릇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1994년에 1차 북핵 위기 당시 서울 불바다라는 말을 운운했을 때와 같이 경거망동(輕擧妄動)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은 지난 4월 유엔결의 1718호를 위반한 대포동2호 로켓을 발사해놓고 국제적으로 득(得)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기들의 세(勢)과시를 하려했던 것보다는 국제사회의 눈총이 냉대하기만 했고,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이 채택되어 세계 각국이 PSI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국제적 고립을 면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었으며, 대포동 2호 로켓발사에 소모된 비용만도 우리 돈 7천억원이 넘어 북한경제로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는 정황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 첫째가 개성공단의 토지사용료 문제와 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상승 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예측된다. 만일 그들의 요구대로 공단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준다 해도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종전과 같을 것이며, 공단의 토지사용료를 조급하게 요구하는 것도 로켓 비용을 충당하려는 속셈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울의 거리가 50킬로도 안 된다는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어리석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아마도 휴전선 인근 지역에 170미리 자주포와 240미리 방사포 등을 집중 배치해 놓고 하나의 위협수단으로 과시하고 있으나 이는 망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군은 그들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당시 그리고 발사 후에도 그들을 손바닥 보듯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또 무슨 속셈인지 모든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가 PSI 전면참여 발표를 연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그들의 동향을 관망하자는 것이지 협박이나 공갈에 위축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일 그들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믿고 도발(挑發)을 감행한다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며 공산세력의 최후에 날을 좌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때와는 대북정책의 기조가 다르다. 그 때만 해도 달래고 양보하고 인도적 지원에 인색하지 안했지만 번번이 뒤통수를 맞은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강력한 항의나 단호하고 의연한 자세로 맞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작년 3월부터 우리 당국자들에게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용치 않겠다고 언급한 후 끊임없이 개성공단을 대남카드로 악용해왔다.

그러므로 이제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PSI나 개성공단 문제도 그들의 협박이나 꼼수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