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호 편집국장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배짱이' 얘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21세기 ‘개미와 배짱이’ 얘기는 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여름 내내 죽어라 일만 하던 개미는 겨울이 오자 중병을 앓고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반면 노래부르며 놀기만 하던 배짱이는 거꾸로 음반이 ‘대박’ 터져 가요계 스타가 되어 개미가 입원한 병실에서 노래 부르며 개미의 돈을 모조리 벌어간다. 개미는 여름 내내 땀흘려 번 돈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몽땅 배짱이에게 바치고 만다는 웃지못할 개그가 바로 21세기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다.

요즘의 우리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서글픈 모습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무더운 여름, 추운 겨울 날 할 것 없이 일년내내 개미처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기 힘들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빠른 정보, 이미 갖춘 재력 등을 십분 활용, 배짱이처럼 놀면서도 잘산다.

이게 바로 21세기형 ‘新 개미와 배짱이’ 다. 돈이 돈을 버는 사회 구조속에서 배짱이 같은 사람들은 편하게 돈 벌어 더욱 편해지고, 개미처럼 성실한 사람들은 더욱 뼈골 빠지게 열심히 일하지만, 돌아오는 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집값, 학비, 세금과 공과금 등으로 사람들은 허리가 휘도록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 경쟁에서 뒤처져가고, 배짱이 처럼 편하게 살아감에도 있는 자들은 항상 앞서간다. 그리고 이같은 악순환이 그 자손들에게도 이어지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요즘 담양군은 대나무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축제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공무원들은 제각기 역할을 하느랴 날마다 축제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산적한 공무를 뒤로한 채 햇살 따가운 축제장에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니 공복의 참 모습인 듯 싶어 믿음직 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그런데 여기에도 ‘배짱이’가 있다. 바로 ‘공무원 배짱이’ 들이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공복이 있는가 하면, 축제장 핑계를 대고 엉뚱한 곳에서 배짱이 처럼 놀고 있는 공복들이 눈에 띈다. 이들 ‘배짱이파’ 는 비단 축제장에서의 모습만은 아니다. 평소에도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공복들이다.

이런저런 출장도 잦고 근무 중 노는 시간도 많은 사람들이다. 일 때문에 그 사람들을 찾으면, 어김없이 “잠깐 요 앞에 나갔다”는 바로 그 사람들이 ‘공무원 배짱이’ 들이다.

근무중에 놀든지 술판을 벌이든지, 출장을 가든지 공가를 내고 쉬든지, 누가 뭐라 할 사람 없으니 순전히 배짱(?)이다.
튼튼한 동아줄을 잡은 탓인지, 아니면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타고났는지, 그럼에도 일 잘한다는 말 듣고 상 받는 데는 최우선인 사람들이다.

군수 장기공백에 따른 ‘공직기강 해이’ 가 이래서 나타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