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인들은 군중 속에 살고 있지만 고독(孤獨)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변화되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서로가 인사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직장동료들은 업무적인 대화정도는 오고가지만 깊은 정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수십년 동안을 한 직장에서 근무를 했다 해도 퇴직이후에는 모두가 무정(無情)한 사람들뿐이다. 개인은 독립된 객체이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융합된 정신이 존속되어야만 훈훈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인근에 사는 마을 사람들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마을의 대소사를 서로 돕는 향약정신이 넉넉하였다. 뿐만 아니라 삶의 문화속에서 품앗이나 두레의 정신이 살아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해도 이웃들의 온정(溫情)이 넘쳐흐르고 있어 외롭고 고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더욱이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핵가족 시대로 변모하면서, 노인들의 삶은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웃음을 잃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빈곤과 질병까지 있게 되면 우리는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사회가 이루어지고 핵가족의 문화가 현대인들을 고독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의 병리(病理)라 하겠지만, 유독 우리 국민의 습관적 개인주의에서 나오는 문제도 지적의 대상이 않일 수 없다.

몇 년 전 서방국가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아침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적은 일이지만 우리도 본받아야 할 미덕(美德)으로 생각된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군중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고독하다는 말은 그치지를 않는다. 사회학자 에릭 프름 이나 마르틴 부베르와 같은 석학들이 말한 것처럼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확실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전통적 권위(權威)로부터 해방되어 비록 자유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그 대신 고독과 공포를 얻게 되었고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마도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밝게 조명해주는 독백인 것 같다. 사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이웃과 더불어 인간과 함께 살아야하고, 타인으로부터 무관심을 받지 않아야하고, 관계적 사람들과 같이 눈과 귀가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 고독과 외로움을 주고 있느냐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가 제아무리 산업화가 되고 핵가족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한들 이웃들에게 고독을 던져주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결국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독이란 무덤을 만들고 스스로 그 무덤 속에 빠져들고 있다고 봐야한다. 고독이란 여유로움의 빈곤(貧困)에서 시작되고 이기적인 자기모순에 씨앗으로부터 싹이 트는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인간들이 고(高) 지능적 동물이 아니었다면 고독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독의 무덤을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