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먼저 시작한 외국의 슬로시티

슬로시티 국제연맹이 먼저 슬로시티로 지정해 슬로시티의 정신을 이끌어 온 선진 슬로시티를 알아봄으로써 그 실천적 방안에 대해 연구해 본다.

담양군 문화관광과장 외 2명의 공무원이 슬로시티 선진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온 이탈리아의 크레베 인 끼안띠市 등 선진 슬로시티는 이제 갓 슬로시티에 지정된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며 연수를 다녀와 작성한 결과물을 이번 편에 재구성함으로써 개발 로드맵 작성단계에 있는 우리에게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들도 우리처럼

1980년부터 불어 닥친 공업화 물결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크레베 인 끼안띠市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변의 크고 작은 도시들은 공장들이 들어서고 나날히 발전해 가는데 상대적으로 뒤쳐진 삶을 살았던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게 됐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공장으로 향했다. 때문에 마을에는 빈집이 늘어났고 남은 사람들이라곤 노동력에 한계가 있는 노인들이나 아이들 그리고 부녀자였다.

그때의 상황을 거슬러 보면 크레베 인 끼안띠市의 텅 비고 황량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허탈감과 자괴감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픔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우리 농촌이 가진 아픈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속에서 더군다나 인구 5만도 되지 않는 작은 郡 단위의 농촌 모습을 그려본다면 크레베 인 끼안띠市의 그 당시 모습과 흡사한 점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

오리지널은 하나뿐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크레베 인 끼안띠市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주변 도시들처럼 마을에 공장을 유치하고 그 공장들을 위해 편리한 아스팔트를 건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먹고 쉴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뛰어 다녔을까?’

1999년 크레베 인 끼안띠 市의 파울로 시장은 모두가 뛰어다니는 것만 생각할 때 걷는 것을 생각해 냈다. 주변의 도시들과는 다른 크레베 인 끼안띠市만의 살아갈 길을 찾은 것이다. 그 길이 바로 ‘치따슬로(슬로시티)’운동이었다.

치따슬로 선진지 견학의 첫 번째 방문지는 면적 17만 평방미터, 인구 14000명의 작은 도시 크레베 인 끼안띠市였다.

이 작은 도시는 공업화의 물결 뒷전에 밀려나 있다 1999년 치따슬로 운동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앞으로만 나아갈 것이 아니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나기를 바란다.”
“치따슬로 운동은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자는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게 똑같아 지고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은 오직 여기서만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그 도시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지키고 살리는 것이 바로 ‘치따슬로’이다.”

이 말은 ‘치따슬로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크레베 인 끼안띠市 전 시장 파울로 시장의 말이다.

크레베 인 끼안띠市에는 아직도 오직 손으로만 파스타를 만들어 파는 ‘Pastard Autore’라는 가게가 있으며,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운영해 온 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정육점도 있다.

지금은 유럽 최고의 정육점이라는 명성이 자자한 곳이지만 한 때 이 정육점은 문 닫기 일보직전까지 내몰렸었다. 이 정육점을 회생시킨 것이 바로 치따슬로 운동이었다.

치따슬로 운동의 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먹을거리(슬로푸드)”의 중요성을 앞세운 결과라 할 수 것이다.

‘슬로푸드’를 위해서는 그 지역(반경 500Km이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함은 물론이고, 생산에서부터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 과정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산자에서부터 작업과정, 유통과정까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보여줬고 그래서 유럽최고의 정육점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농업위주의 생활방식을 고수해 오직 와인과 올리브유만을 특산품으로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일정 기준이상의 제품만 생산·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실업률 0%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치따슬로 관광도시’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먹을거리와 볼거리의 조화

크레베 인 끼안띠市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건축물’이었다.
이 도시는 오래된 건축물이라 해서 허물고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을 규제하는 한편 원래의 건물을 새 단장하여 새롭게 만드는 리모델링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옛 전통의 모습과 현대의 편리함을 겸비한 건축물이 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건축물로 꾸며진 거리 또한 고풍스런 느낌과 여유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이 치따슬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오밀조밀하고도 예쁜 가게들의 간판들이었다. 컵, 쟁반 같은 생활용품과 직접 만든 듯한 어른과 아이들의 옷 등 수공예품 위주의 작고 아담한 가내수공업 생산품들은 가게 앞 쇼윈도에 다소곳이 진열돼 있었으며, 상품들은 그 가게들만큼이나 수수하지만 자신들만의 가게를 표현하는 예쁜 간판들과 어울려 그 어떤 ‘명품’보다도 보는 이로 하여금 ‘이 가게가 어떤 가게이겠구나’하는 짐작을 하게 했다.

입에 껄끄러운 것이 몸에 좋은 것

‘치따슬로 운동’은 결코 화려하거나 커다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것만도 아니다. 이탈리아의 치따슬로를 견학을 마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안도’와 또 하나의 ‘걱정’이었다.

치따슬로 운동이 외적인 커다란 변화와 발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안도’가 있었다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 우리만의 것(Original)을 찾아서 그것을 가지고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내야한다는 커다란 ‘걱정’을 안고 온 것이다.

한국 슬로시티 추진위원회 손대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치따슬로 운동은 대안적인 삶이 아니고 원래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치따슬로 운동의 철학’이라고 설명한다.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 성장하는 삶, 차의 속도로 달리지 않고 사람의 보폭으로 이웃과 더불어 성장하는 발전은 오래전 우리 민족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던가?

개념에 충실한 실천

“슬로시티 특성을 살려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을 방문, 우수정책과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지역 현실에 맞게 접목시키기 위한 선진 4개국 연수 결과, 슬로시티 인증지역의 공통점은 ‘슬로시티의 기본정책과 실천이념이 부합되게 잘 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본정책으로 지역과 도시의 특성을 잘 유지·발전시키는 환경 보전 정책으로 오래된 건물을 새로이 짓는 대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부분적으로 수리하거나 보수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측면에서는 환경과 도시의 생활수준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보급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사용을 권장해 구입이 편리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거나, 유기농식품의 생산과 소비를 지원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사용을 피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돕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상품과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관습 및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선전 및 홍보에도 상당한 비용을 들이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도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모든 학교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통음식과 미각에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친절, 청결, 질서 운동전개 및 교육을 실시한다.

또 실천운동으로는 대체에너지 중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개발하고 전통문화유산보존과 자전거 도로개설 및 자전거이용, 마을공동체 운영을 위한 주민들의 의견수렴 및 반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자투리공간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너무 현대적이어서 꽃과 나무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은 신축하지 않고 기존건물을 보수하거나 다목적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교통과 그로인한 소음문제 해결은 상가지역 차량통행은 주민의 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외부차량은 통행을 제한해 경적 등 불필요한 소음을 제한해 아늑하고도 포근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으며 주민들도 가급적 차량이용을 자제해 전반적으로 차량통행량을 줄임으로서 슬로시티다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간생산부분도 생산방식의 전통성을 살려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수공예 방식을 고수해 소량을 만들더라도 마음과 정성이 담긴 가내공장 방식의 수공예품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었으며 음식 조리방식 또한 전통방식의 조리법을 권장하고 지키고 있어 이 또한 슬로시티의 개념 하에 지역여건에 맞도록 추진하고 있었다.” /서영준·한얼 記者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