獄中書信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탄압받던 야당시절, 옥에 갇혀 깨알 같은 글씨로 자식들을 훈화하며 민주주의를 걱정했던 수많은 우편엽서는 ‘옥중서신’으로 유명하다.

담양서도 나라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지체할 수 없어 옥중에서 보내 온 서신이 있으니 그 이름 ‘고유가시대 극복을 위한 군민께 드리는 말씀’이더라.

“존경하는 군민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 주옥같은 문장은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이니 에너지를 아껴 초고유가 시대를 극복하자”는 내용이 초지일관 하고 있다.

5월 3일 시작된 축제가 끝나자마자 근 2개월을 병원을 전전하며 동가식서가숙하던 이정섭 군수가 보내온 이 서신은 7월 10일자로 돼있으나 군수구속일은 6월 26일이다. 全 읍·면에 무한 살포된 이 서신은 7월 11일 2만여부가 인쇄됐고 집집마다 고을마다 없는 곳이 없어 나라를 걱정하는 한 선출직 행정기관의 높고 높은 우국충정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영어(囹圄)의 몸에 지병까지 있는 신세로 어떻게 이 어려운 일을 했는가하는 하는 의구심이 든다. 惑 불사이군 충신불사의 정신으로 이 서한문을 작성한 공무원이 있다면 결론은 선거법 위반이다.

‘담양군수’라는 기관명만 사용해도 될 것을 굳이 군수의 이름을 명기(名記)한 것은 위법이며 이에 대해 선관위는 ‘조사 후 조치’를 시사했다. 또 구속 신분의 기관명을 꼭 사용했어야 했는가에도 회의적이다.

만약 李군수가 진정 이 서한문을 작성했다면 순서가 틀렸다. 5.31지방선거 때 선거법위반으로 형벌을 언도받고도 일언반구 사죄 없이 지나갔으니 그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며 작금에 터진 비리사건도 판결확정 시기여부를 떠나 군정 파행에 대한 사죄의 글이 있어야 한다.

헌데 공개적인 자리이건 아니건 간에 ‘남 탓’만 하고 다녔던 ‘그’였으니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