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3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56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가 ‘상상하여 창조하라-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생각혁신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쳐라!”

“지금 우리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한 프란시스 베이컨은 경험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축적과 이를 통한 사물의 올바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오히려 ‘병’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되기도 하는데, 너무 많은 지식이 도리어 발상의 전환을 방해하곤 했다. 이런 경우 지식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자신의 경험만을 맹신할 경우, 타인의 생각과 의견을 나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존 지식이 무용할 수 있음을 자각하는 ‘창조적 무지’가 필요하다. 이미 나폴레옹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상상력’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유영만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까지 가르친다.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아날로그세대(유 교수는 ‘안 하려고 버티는 세대’라고 해석했다)인 교수들에게 N세대(유 교수는 ‘15분 안에 웃기지 못하면 폐강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라고 해석했다)인 학생들과 대화하는 비법을 전수해 왔다. 이전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에서 ‘쉰세대’ 팀장들에게 ‘신세대’ 팀원들과 호흡하는 노하우도 전달했다. 그런 학습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 유 교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10가지 원칙’을 도출해 내기에 이르렀다. 다음은 ‘지식생태학자’로 불리는 유 교수의 ‘상상력 키우기 십계명’을 정리해 본 것이다.

정약용 다작과 에디슨 발명의 비결

(1)Watch 눈여겨봐라 =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의 출발은 ‘지금’ 그리고 ‘여기’다. 상상은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시작해야 공상과 망상의 수렁으로 빠지지 않는다.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면 습관적으로 적고 본능적으로 기록하라! 다산 정약용은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는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을 실천한 덕분에 방대한 저술을 남길 수 있었다. 발명왕 에디슨도 지독한 ‘메모광’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기억하는 뇌는 머리에 있지만 기록하는 뇌는 손에 있다.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현재적 의미는 “‘적’지 않는 ‘자’는 ‘생존’할 수 없다”로 해석되는 것이 마땅하다.

(2)Question 마음으로 물어라 = 창조적 상상력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질문에서 나온다. 질문하지 않으면 호기심이 죽고 호기심이 죽으면 창의력이 실종된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사람의 5세와 45세 때를 비교 연구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다. 우선 5세 때는 하루에 창조적인 과제를 98번 시도하고, 113번 웃고, 65번 질문했다. 반면 45세 때는 하루에 창조적인 과제를 2번 시도하고, 11번 웃고, 6번 질문했다. 상상과 창조는 질문을 먹고 산다. 묻는 사람은 5분 동안만 바보가 되지만 묻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바보가 된다.

(3)Tolerate 안 보여도 참아라 =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설렘이며 맛보지 않은 궁금함이다. 모든 것을 전부 드러내는 순간 알고자 하는 욕망과 호기심이 일순에 사라진다. 상상의 날개를 펴기도 전에 모든 것이 확연하게 드러남으로써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려는 욕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모호한 것일수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을 유발시켜 새로운 질문을 유도한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모를 것 같으면서도 알 것 같은 모호함의 경계에서 상상력의 뭉게구름은 활짝 피어난다. 처음에는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었던 것이 나중에 가서 인정과 칭찬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4)Visualize 이미지로 그려라 =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상해보고 그 상상 속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라. 상상력(Imagination)은 이미지(Image)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비전(Vision)은 형상화나 시각화를 뜻하는 ‘Visualization’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시각화하고 간절히 갈망하면 그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 현실은 마음속 그림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원하는 미래, 내가 달성하고 싶은 꿈과 비전은 깊이 상상한 만큼, 많이 그린 만큼, 딱 그만큼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

(5)Reverse 뒤집고 엎어라 =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쳐라.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색다른 발상으로 사물과 대상을 배치하라.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면 ‘당연하다’거나 ‘물론 그렇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실제로 ‘신발은 가벼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뒤통수를 친 신발회사가 있다. 누구나 신발은 가벼워야 신고 다니기에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신발회사는 무거운 신발을 개발해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실시해 성공을 거두었다. 고정관념은 상상력을 구속한다. 역발상, 발상의 전환,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중담하지 말라.

(6)Respect 차이를 존중해라 = 다양성 속에서 아름다운 창조는 피어난다. 너의 개성이 우리의 아름다움이다. 모든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듯이 각각의 다양한 개성을 용광로처럼 하나로 녹여버리면 창조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전체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모자이크처럼 만들어나갈 때 창조의 열매가 열린다. 이를 위해선 색다른 경험과 자극에 자신을 과감하게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똘레랑스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철학으로 무장해야 한다.

(7)Embrace 모순을 끌어안아라 =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를 다 끌어안는 역설의 논리 속에서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창조는 양자택일의 논리(either or)보다는 양자병합의 논리(both all) 속에서 태어난다. 자장면과 짬뽕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 짬뽕과 자장면이 한 그릇에 동시에 나오는 ‘짬자면’이라는 새로운 요리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할 것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상이 만나 스파크를 일으킬 때 창조는 시작된다.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관용과 포용의 논리로 무장하라.

(8)Combine 이것저것 엮어라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유(有)’를 찾기보다는 수많은 기존의 ‘유’에서 새로운 ‘유’를 엮어내라. 자신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거나 포기하면 창조적 연상은 작동을 멈추고 만다. 사물과 현상 간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창의성의 핵심이다. 비빔밥은 밥과 나물과 고추장과 참기름 등 각종 재료의 독립적인 맛이 한데 비벼지면서 각각의 재료가 갖고 있던 것 외의 새로운 맛이 탄생해 맛의 시너지를 더하게 된다. 각각의 아이디어도 비벼보면 기대 이상의 묘한 맛이 날 수 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와 만나면 제3의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다.

재미가 없으면 이미 창조가 아니다

(9)Challenge 좌우지간 저질러라 =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좌우지간 저질러봐야 뭔가가 나온다. 저질러도 안 되면 또다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는 이판사판의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하는 머리가 아니라 실천하는 손발이다. 남들이 더럽고(dirty) 어려우며(difficult) 위험하다(dangerous)고 포기하는 바로 3D의 벽을 넘어선 지점에 블루오션이 존재한다. 실패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창조의 여정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위대한 창조는 실패를 먹고 자라며, 그 실패를 딛고 실천하는 가운데 비로소 완성된다. 난관에 부딪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나무줄기 끝에 달린 열매를 상상하라. 마지막까지 달려간 자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10)Play 신나게 놀아라 = 창의성은 재미와 동의어다. 재미있지 않으면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져서 몰입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만족도도 떨어지려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통찰과 쾌재의 경험을 제공할 수도 없다. 공자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창조가 재미있는 이유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색다른 체험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개의치 않으며 그 어떤 통제수단에도 제어되지 않는 열정과 광기를 발휘해 선택한 것을 반드시 이루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창조만이 타인을 매혹시킬 수 있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기자

유영만 교수의 이력서

▲ 한양대 교육공학과 졸업
▲ 한양대 교육공학 석사
▲ 미 플로리다주립대 교육공학 박사
▲ 삼성인력개발원 기획개발팀
▲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센터장
▲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교육자문 교수
▲ 한국교육공학회 이사
▲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이사
▲ 한국지식경영학회 편집위원 겸 지식생태학 트랙장
▲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상훈: 미국 볼주립대 자기학습과 네트워크학습 Excellent Presentation 수상, 한양대 개교60주년기념 최우수 교수상 외.
저서: <지식경제시대의 학습조직>, <상상하여 창조하라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생각혁신 프로젝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