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세공품은 전국 죽림면적의 약 8%, 국내 죽세공품의 약 85%를 점유할 정도로 군의 대표적 특산품이며 지난 수십년간 담양의 주요 소득원으로 2000년 기준 총 가수수의 약 4%, 총 인구의 약 5%가 종사하고 있으며 년간 약 85만불을 수출하는 핵심산업이다. 그러나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의 범람과 수요 감소 및 중국산 죽제품의 수입으로 인해 죽세시장은 사양산업으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급속히 변화하는 생활양식과 시장 여건에 비해 전통적인 죽제품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관내 중소 가공업체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민선 3기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대나무 신산업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확대 가능성에 대해 재고찰 함은 물론 신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타 지자체의 성공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장동력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적인 죽제품 생산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제품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제품의 차별화를 통한 죽제품의 경쟁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생산업체의 소득 증대와 나아가 군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위기의 대나무 산업 활로는 없는가?’ 를 주제로 대나무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1. 대나무 名家 담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 담양군의 죽세공예 발전 원인과 쇠락 3. 타 지자체 죽제품 생산 및 판매 현황-진주시, 사천시, 하동군, 광양시를 중심으로 4. 지자체 지원 제도 및 상품개발에 대한 개선책 등 총 4회에 걸쳐 심층 보도할 계획이다.

1. 대나무 名家 담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차 수저 한 개에 200만원 짜리가 있다는데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에이 세상에 그깟 차 수저 한 개에 200만원 짜리가 어디 있어.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 가면 있을 라면 몰라도...”

“천만에 말씀, 나도 궁금해서 담양에 아는 지인을 통해 물어 봤는데 그런 것은 들어본 적도 없다네. 대신 중국산 1만원짜리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고 최근 들어 담양 죽세공예인들도 관심을 갖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수준이라고 하던데”

“그럼 200만원짜리 차 수저는 없는 것인가?”

“아닙니다. 분명 있습니다. 다만 담양이 아니라 경북 문경시에 사는 서재석씨가 일본인들을 겨냥해 대나무를 불에 적당히 구워 다양한 무늬를 양각하고 그 사이를 금으로 옷을 입혀 한눈에 봐도 그 화려함에 감탄 할 정도의 제품이 생산되어 개당 200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내국인을 위해 개당 5만원짜리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니 대나무 고장 담양이 아니라 경상도 문경이 맞나요. 대나무하고 죽세공 하면 담양이라던데 이제는 虛言에 불과 하네요”

6월 5일부터 8일까지 제6회 국제차문화대전(티 월드 페스티벌 2008)이 열렸던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관람객들이 나눈 대화에서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죽세공예의 메카인 담양의 위상이 급속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면 그늘이 우거진 관방제림 막걸리 집에 가면 60-70년대 대나무로 흥청망청 돈을 갈퀴로 긁었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村老들을 어렵사리 볼 수 있다.

“말도 못해. 바구니가 사람들 머리 위로 둥둥 떠다녔어. 그런 세상이 다시 오면 죽어도 원이 없제.”

이들에게 죽물전 얘기를 던지면 금방 전까지 장이 섰던 것처럼 성시를 이뤘던 당시 풍경이 쏟아져 나온다.

소쿠리를 팔고 석작을 팔고 대빗자루를 팔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굴비를 팔고 고등어 팔고 중국산 약재를 팔고 있다.

“새벽 4시, 5시 되면 사방에서 죽죽 모여들었어. 장날 비가 오잖아. 글믄 내일 또 서. 강원도 경상도에서 다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지. 차가 수십 대가 왔어.”

담양의 죽물전은 대구 약령시장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300년의 전통을 지녔다. 조선시대 이 장터에서 삿갓이 거래됐다 해서 ‘삿갓머리점’이란 이름으로 불리다 그 후 소쿠리전, 바구니전, 죽물전 등으로 달리했다.

죽물전은 나주 반남의 돼지장, 구례의 목기장, 장흥과 광양의 유기장, 화순 동복의 마포장 같은 그 지역의 특산물 장이 다 사라지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장이다.

90년대 중국, 대만, 베트남의 죽물이 밀릴 때도 수입전과 국산전이 따로 분리돼 열렸다. 그러나 결국 가격경쟁에 따라가지 못하고 하우스재배 농가가 늘어나면서 아침나절 잠깐 열렸던 반짝장도 2∼3년 전에 사라졌다.

“거간쟁이가 따로 있고 미수꾸리(포장) 묶는 사람 따로 있고, 말 구루마로 운반하는 사람 따라 있고. 고 사람들 그걸로 벌어 먹었어.”

죽물전은 거래 중간 중간 일을 거들어야 할 일꾼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했다.

월산 수북 금성 무정 봉산 대덕 등 약 2000여 농가에서 만든 채반, 키, 석작, 돗자리, 소쿠리가 죽물전에 모이면 중간상인인 거간이 외지상인과 거래를 텄다.

거래가 이뤄지면 농민들은 외지상인에게 물건을 넘기고 죽물전 윗장 인 대전(대나무전·청죽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 장날 내놓을 죽세품 재료인 대나무를 사기 위해서다. 일을 끝낸 농민들은 국수와 막걸리를 파는 시장 한 켠 포장마차에서 시장기를 달랬다.

이들은 쇠락한 죽물전에 대한 안타까움을 외국산 죽제품을 비교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중국산이며 베트남산, 인도네시아 산 등 외국산들이 새벽이면 대형 콘테이너 차로 들어온다. 모양만 똑 같제 날것이여. 우리 같은 사람들은 눈감고도 수백 개는 만들제. 귀한 기술 다 썩히고 뭐하고 있는짓인지 우리도 모르겄네.”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빈 막걸리병 만이 하나 둘 씩 늘어만 가면서 곁을 쓸쓸히 지켜 준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죽제품 판매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판매자들의 상황은 나을까 궁금해진다.

담양읍사무소 앞에 위치한 생산자의 집을 찾았다.

“맞아요, 60-70년대에 죽물전이 서는 말이면 전날부터 여인숙은 물론이고 거래처 뒷방에서 눈만 부치고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죽제품을 거래하고 꽁지 빠지게 발길을 돌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80년대부터 죽제품의 소비 성향이 악세사리, 연필꽂이, 조명이 추가된 스텐드등이 주를 이루었지”

“그리고 말여. 80년대 후반부터 출시된 대나무 자리가 최고로 히트를 쳤는데 아마 130여 가구에서 대나무 자리를 생산하는데 전념했는데 미쳐 납품을 하지 못해 입도선매하는 시기였지. 그때가 최고 였던 것 같아. 여기에다 차량용 시트까지 대박을 쳤는데... 인자는 아무도 쳐다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식어 부렀어”

“인자는 뭐가 인기냐고. 지금은 한과, 곶감, 인삼, 더덕 등 상품을 포장하는데 사용하는 대나무 제품이 주류지. 근데 말여 90% 이상이 중국산이여. 왜냐고 단가가 안 맞아서 그러지”

“그런데 중국산 한과 바구니 문양이 누구 것인지 아는가? 예전에 서울사는 수입업자가 담양에서 사는 A모씨의 제품을 중국으로 가져가서 모방하여 양산하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한과 바구니의 교과서가 됐지.”

생산자의 집 관계자는 쏜살 같이 변한 죽제품의 역사처럼 속사포같이 죽세공예의 변천사를 토해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대도시 미화원들이 대나무 자리나 바구니들이 쓰레기로 나오면 재활용했는데 이제는 두말없이 소각 해 버릴 정도로 천시 받는 물건으로 전락했다” 며 “이는 핵가족 시대에 걸맞지 않게 초대형의 대나무 자리나 타 소재에 비해 탁월한 내구성이 단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그나마 최근에는 무더위로 인해 죽부인이 죽세품의 얼굴 마담 격으로 팔리고 있는 효자 상품으로 손꼽힐 정도이다”고 죽세품의 가치에 대한 격세지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그는 죽부인에 대해서도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과도 신랄하게 비교한데 이어 중국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말했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에서 생산되는 죽부인의 경우 만드는 대는 같으나 마디 간격이 짧아 탄력성과 복원성이 뛰어나고 껍질을 벗겨 내어 대나무 특유의 자연색이 장점인데 반해 일부 담양산과 중국산의 경우 요령이 생겨 간격을 넓게 잡아 겉모습은 죽부인이지만 실제로 한 여름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경우 다반사로 제품에 자신의 얼굴을 담아 만드는 장인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죽물 판매업자들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문 인력 1명보다는 100명이 연구하는 것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담양의 경우 연구하는 이들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1년에 10여 가지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그치고 이를 양산화할 설비를 갖추는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큰 반면 중국은 1년 이면 수천가지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데 이중 상품 가치성이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 논리에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갈수록 죽세공예 종사자들이 고령화 되어가고 이 일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은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외국에서 반제품을 가져다가 국내에서 완성하는 것이 새로운 제품 개발은 물론 죽세농가에 이득이 될 것이다”며 “오직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해야 국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내 굴지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OEM으로 제작하여 자사 브랜드로 출시하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수입산 죽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죽녹원 앞 광장에 설치된 농특산물 유통매장 관계자도 대동소이한 의견을 내놓았다.

“담양사람들 참 성격이 묘하다. 외지 사람들이 대나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타부터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면서 유독 담양사람에게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며 “일본 죽물 유통업자들은 중국에 가서 5원-10원 하는 저가의 부채를 찾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화 8불-10불에 달하는 고가의 부채를 주문 제작하여 철저히 일본화 하여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담양이 앞으로도 죽제품의 고장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명인들은 명품 위주의 공예 예술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일반 중소업체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득이 될 것이다” 며 “매년 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죽제품 경진대회도 심사위원에 죽세공예에 관심 있는 전문가와 현실감각이 있는 유통 전문가를 추가하여 심사하는 것이 제품의 활성화와 소득증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종대 記者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