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국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촛불정국은 국민과 국정운영자 간 소통의 문제다. 국민들과 대통령이 문제를 서로 다른 눈으로 보는 데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국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 받고 싶다고 소리친 것을 대통령은 촛불 든 사람들의 이면을 의심하는 불통의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지역정책을 두고도 이명박 정부와 지역 간의 불통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작 4개월 된 정부가 국정의 근간인 지역정책을 놓고 지역들의 소리에 귀를 막은 채 갈지(之)자를 거듭하면서 있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는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육성하려던 ‘5+2 광역 경제권’ 계획안을 폐기하고, 전남 목포~부산~울산을 잇는 남해안 벨트를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경제권으로 집중 육성하는 새로운 지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500만명 단위의 초대형 경제권 개발을 접고 수도권과 남해권의 2개 대권역을 거점지역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선 벨트 프로젝트’다.

그런데 정부는 엊그제 세운 '5+2 광역경제권' 정책을 왜 폐기하려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지역정책이 졸속정책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런 지역정책들을 두고도 지역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역들이 무얼 원하고 어디를 지향해 왔는지 진중하게 들어보지도 않은 채 지역정책을 이랬다저랬다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권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여러 가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지역들이 큰 덩어리로 뭉쳐야만 자원낭비를 줄이는 대신 투자의 효과와 지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조건에서 광역경제권 개발을 성공시키려면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첫째는 수도권의 과밀자원을 분산시켜야 한다. 수도권 자원을 분산시키는 데 있어 지방으로의 공공기관 이전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 기업들의 이전과 인재들의 유턴을 촉발시키자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에 식민지화 되어 있는 종속구조를 탈바꿈시키는 일차적인 과제다.

둘째는 지역의 내생적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특성에 따른 산업군이 포도송이처럼 떼알구조를 짓고, 지역 내 자원 간 순환구조를 이루도록 지역경제의 초석을 쌓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기초지역들 간의 상생적 결합이 중요하다. 기초지역들이 모여 벌집구조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지역경제의 꼴이 형성되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변화를 추동할 혁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주민, 행정, 산업체, 전문가가 파트너십을 이루는 혁신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내생적 지역발전을 촉발시켜야 한다.

셋째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성숙이다. 본디 광역자치는 산업자치를, 기초자치는 문화자치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우리는 그리 분화되지 못했다. 온 사회가 서울 일극을 지향한 데다 지방자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광역과 기초가 자기 성격에 맞게 분화되려면 그만큼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은 내생적 지역발전을 촉발시키기 때문에 지역이 자기 틀에서 벗어나 상생과 통합에 나서도록 변화시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정부는 위 세 가지 조건과 엇나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무력화 시키고 있고, 중앙정부 주도적 지역개발을 획책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발전의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대운하, 새만금개발 등 초대형 지역 하드웨어사업을 내세우며 지역정책을 혼란으로 내몰고 있다. 바늘의 허리에다 실을 묶어 바느질을 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정책은 지역들이 자기 개성의 소리를 잘 내도록 도와주면서 그 소리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도록 조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지역들의 합의와 능동적인 참여가 없는 지역정책은 허구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 불통의 과오를 털어버리고 심기일전 하겠다고 한다. 기왕 국정쇄신을 할 마당에 지역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을 요구한다. 지역들과 소통하지 않은 지역정책은 지역을 죽이는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