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값 고통분담은‘눈 가리고 아웅’, 면세유 사업은 수수료까지 보장받아

농협은 농민의 권익과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가 아니면 농협 임직원들의 연봉보장을 위한 단체인가라는 의문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농협중앙회는 비료값 62.9%를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전국 농민조직들은 즉각 이에 반발하는 집회를 각 지역에서 열었다.

광주전남 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농민연대’(집행위원장 양혁, 이하 농민연대)도 농협 전남지역본부 앞에서 ‘비료값 인상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의 비료값 기습 인상을 비판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사료값 폭등·기름값 폭등만으로도 농민들의 시름은 깊은데, 비료값 인상은 농민들에게 영농의욕을 포기하게 만든다”며 “농협은 화학비료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농민들을 위해 비료값 정부보조금 부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장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비료값 인상 이유로 비료 원료의 국제가격 상승을 들었다. 대신 고통분담 차원에서 농협은 인상분의 30%를 떠안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부가 30%를,비료업체가 10%를 떠안았으니, 수요자인 농민이 나머지 30%를 분담하라는 논리다.

기원주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농협이 비료값을 통해 겉으로는 고통을 분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에 30%를 기습으로 올리더니 이번엔 63%를 추가로 올려 비료값 상승분을 가중시키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려 농민들이 미처 대응할 수도 없었다”며 “고통분담도 올해로 한정하는 것은 생색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협이 51%의 지분을 가지고 실질 소유하고 있는 비료회사 남해화학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400%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돼 이번 비료값 인상 조치 의도를 의심스럽게 했다.

농민연대는 기자회견 마지막에 “수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연간 1조 5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돈벌이하지 말고, 농민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의 반농민적 난맥상은 면세유류관리에서도 나타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2에 따르면 농민들은 농기계 등을 사용함에 있어 정부로부터 면세유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법이 면세유류관리기관으로 농업 부문에서는 농협을 지정했고 농협이 농민을 대상으로 기름장사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데 있다. 매주 화요일 정유사가 정부에 보고하는 공장도 가격인 고시가격이 실제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과 불일치하는 것에서 가격왜곡이 나타난다.

담양읍에서 농민주유소를 운영하는 남종희 소장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농민들이 면세유를 가져갈 때 상대적으로 비싼 고시가격을 제시한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담양이 다른 지역보다 면세유가 저렴한 이유는 농민주유소가 이런 사실을 알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면세유를 제공하자 농협도 어쩔수 없이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조세특례제한법상 면세유류관리기관인 농협은 앞으로 면세유 취급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지난해 12월에 개정돼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에 따르면 면세유 취급시 ‘카드 사용 및 그에 따른 수수료 징수’, ‘석유판매업자 지정’의 권한까지 주게 해 농협의 권한을 한층 강화시켜 놓았다.

남 소장은 이를 통해 면세유 총 가격의 3.6%(카드 취급점 수수료 1.6%, 면세유 취급 수수료 2%)를 농협이 합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농민주유소 등의 견제로 면세유 가격과 수수료 징수에 눈치보던 농협이 이제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수수료를 징수해 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난맥상을 해결하고 조금이나마 저렴한 면세유를 농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처방으로 남 소장은 면세유관리를 행정업무로 편입시킬 것을 제안했다.

한편 농협의 면세유 관계자는 고시가격·공급가격에 대한 언급없이 “면세유류관리에 관계되는 비용을 보전하는 측면에서 법령에 의한 수수료 의무 징수는 당연하다”고 말해 농민들과 상당한 인식차를 보였다.

농업중앙회의 올 1/4분기 매출총액은 약 8천7백억 원으로 이중 80%가 인건비·경비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에게 짜낸 수익이 고스란히 농협 임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의소리 노해경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