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결실은 미미하다.

명실상부한 제도로 정착되려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그 지위에 상응하는 역할이 수행될 때만이 지방자치는 그 내실을 기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태가 너무나 구태의연한 봉건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지방자치의 앞날이 어둡게 느껴진다. 즉 직권남용과 뇌물수수는 다반사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업무집행, 심지어 주민에 대한 고압적 자세로 ‘사또’나 ‘고을원님’같은 행태를 하는 단체장도 있다.

실제로 통계상으로도 재직 중 수뢰나 횡령 등 각종 위법행위로 기소된 단체장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민선 1기 때 245명 중 23명(9.3%)이던 것이 2기 때는 248명 중 60명(24.2%), 3기 때는 248명 중 78명(31.5%)으로 늘었다. 이대로 가면 이번 민선 4기 때는 또 다시 최고 기록이 세워질지 모른다.

이러한 행태는 지금까지 지방의회가 의회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의사의 일차적 대변기관으로 지방자치단체장를 감시·감독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지방정책을 꾸려나가면서 단체장을 견제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이것이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제일의 이유이다.

실제로 지방의회의원들이 일치된 의사로 단체장을 제대로 감시 감독한다면 단체장은 봉건제후나 고을원님과 같은 환상이 사라지고 골치 아픈 자리가 될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의 큰 틀은 국가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의 권익신장에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국가기능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단체자치의 형태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당장에 모든 요구가 관철되고 거지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져 있는 상당한 주민들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단체장의 지위는 권리보다는 의무가,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많은 자리이다.

주민의 신임에 의해서 선임된 단체장은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으로 주민의 신임이 사라지면 그 존재가치를 상실한다는 것이 民主와 自治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집행부의 장으로서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신의 스타일로 행정을 펼쳐나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반면, 지나간 행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행정의 수반일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정치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비록 때로는 자신의 지역에 있는 국회의원이나 실세 지구당위원장과 경합하기도 하며 주민 및 시민단체로부터 견제를 당하기도 하지만, 군수의 정치적 지도력은 막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장은 또한 지역의 정치적 대소사에 대한 책임을 주민에게 져야한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장으로서의 개인적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경력, 나이, 학력, 병역이수 등과 같은 기본적 조건들에 있어서 주민들의 최소한의 심리적 기대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주민들은 과연 현직 단체장의 어떤 요소들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일까?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행정현상일까 아니면 정치현상일까? 주민들은 단체장의 행정서비스 제공수준을 보고 표를 찍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표를 찍어주는 것일까? 또한 행정적 정치적 요인 이외에 개인적 자질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유권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