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ㆍ지자체, 아동 및 이주여성 위한 지원센터 추진

‘다문화’된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돼 재외국민과 한국인의 결혼을 통한 가족이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 2월19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문화가족지원법(다문화가족법)을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통과시켰다.

시행 주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인 다문화가족법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지정ㆍ설치하고 가족과 여성, 아동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평등한 가족관계 유지’를 위한 명목으로 만든 다문화가족법은 “문화 차이를 고려해 국가와 지자체가 가족상담, 부부교육, 부모교육, 가족생활교육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제7조)”는 조항을 담았다.

다문화가족 아동은 취학 전후로 분류해 지원책이 마련됐다. 취학 전 아동에게는 보육 및 교육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언어발달을 위한 한국어 교육교재 및 학습 지원(제10조 3)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취학 아동에 대해서는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교육지원대책 마련(국가와 지자체) 및 학과 외 또는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교육감) 등을 지원(제10조 2)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이주여성 당사자는 법안을 통해 ▲한국 생활에 필요한 기본정보 및 사회적응교육, 직업교육·훈련(제6조) ▲영양·건강에 대한 교육 ▲건강 검진과 검진 시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제9조) 받을 수 있게 됐다. 출산을 전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산전·산후 도우미 파견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주여성 가정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가정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국가나 지자체는 다문화가족법에 따라 외국어 통역 서비스를 갖춘 가정폭력 상담소 및 보호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제8조 2)해야 하고 가정폭력 사유로 이혼 시 언어통역, 법률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제8조 3)가 생겼다.

‘언어’가 모두 다른 이주여성을 위해 각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각 국가별 언어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조처(제11조)에 따라 각 서비스 제공자는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국회의원 266명이 참석한 가운데 165명이 찬성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반대한 의원은 없었다. 다문화가족법은 고경화 의원이 발의한 이주민가족의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2007년 3월 8일 대표발의)과 장향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다문화가족지원법안(2007년 5월 2일 대표발의)을 통합한 대안이다.

약 2년 간 법안을 준비했다는 고경화 의원실 이동준 보좌관은 “결혼이주 외 다른 사유에 의해 구성된 이주민 가족에도 초점을 맞췄으나 대안 논의 과정에서 입법화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다문화가족법을 넘겨받은 보건복지가족부는 9월 시행에 앞서 7~8월께 시행령 등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다문화가족법 시행에 중심이 될 다문화가족지원센터(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또한 2010년까지 140여개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난숙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 다문화가족과 과장은 “현재 80여개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가 사회복지법인 혹은 지자체 직접운영방식 등으로 운영 중”이라며 “이주여성 본인에 대한 프로그램이 가장 많고 남편과 시부모 등 가족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가부장제도에 이주여성 편입 우려"

한국염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다문화가족법 시행령 주시

국제결혼이라는 말로 불리는 결혼 이주여성과 가족에 대한 지원법이 나왔지만 정작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진정성에 의문을 품는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결혼 이주여성을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 제도에 편입시키려한다는 반대의견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염 대표는 “어떻게든 시행이 되겠지만 국제결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빠졌다”며 “이주여성이 결혼을 매개로 한국에 들어오지만 가족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서 개인의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들이 매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한국여성운동이 지양하는 여성상에 이주여성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등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시행령 상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봐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못 미더운 점을 드러냈다.

한 대표의 염려는 단순한 법조문 몇 글자 때문이 아니다. 법 논의 때부터 제기된 가부장적 가족만을 건강한 가족 범주로 축소한 건강가족법의 전제 위에 만들어진 법 탄생 자체에 대한 우려다.

“가부장적 제도를 온존시키는 ‘건강가족기본법’에서 국제결혼가족, 장애인가족, 한부모가족 등 세 가지는 ‘소외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포함됐다. 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의미지만 건강가족이 아닌 한 틀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한 대표는 “법안 초기 작업에는 ‘동화를 기반으로 한 이주여성 가족 지원’이라는 말이 사용됐었다”며 “완성 단계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법안명인 ‘다문화’와 다른 기조가 법안 근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불신의 눈초리를 보였다.

"다문화가족 지원에 국가가 나서야"

황우여 의원 “18대 국회에서 개정안 제시할 터”

“이주여성 외에도 다문화가족을 이루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잘 살피고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겠다.”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의원)이 준비한 이주여성의 인권현황과 개선방안 포럼이 열렸다. 포럼을 준비한 황우여 의원은 짧은 인터뷰에서 “다문화가족이 발생하는 사유가 다양한데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포럼에서 나오는 입법 방향을 모아 18대 국회에서 개정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의원은 “농촌 총각의 70~80%가 국제결혼을 통해 결혼을 하고, 지역별로는 국제결혼 인구가 3만명이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며 국민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문제임을 부각했다.

“국제결혼 역사가 10여년이 됐고 이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쯤이 되면서 자녀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언어와 문화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사회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되지 않았다.”

황 의원의 진단은 앞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주민 가족의 자녀 문제와 언어, 문화 충돌, 대부분 제3세계에서 한국으로 팔려오다시피하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시각 교정 등이다.

가족 속에서 자녀 교육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고 공감했다. 황 의원은 “장애인 가족을 국가가 지원하듯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도 국가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가족차원의 갈등 조정 등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황 의원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의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적위주의 지원범위 설정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지원 범위를 고려해보겠다”며 18대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할 의지를 내비쳤다.

"한글ㆍ취업ㆍ생활 교육 필요해요"

태국 이주여성 발표 “정부 이주정책 실질적 효과 없어” 지적도

“한국 살면서 좋은 점 있지만 불편한 점이 더 많아요. 처음에는 말 못해서 힘들었는데 한글 배울 곳 없어서 어려웠어요. 요즘에 한글 배울 곳이 많이 생겨서 좋은데, 동사무소와 같은 데에서 배우면 더 가깝고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글 배우고 있지만 더 잘 배우면 취업교육, 생활교육 등도 꼭 배우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의원)이 개최한 이주여성의 인권현황과 개선방안 포럼에서 사례발표를 한 펀핏시 팍티 씨는 자신의 자녀교육과 취업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태국 출신인 팍티 씨는 1999년 결혼해 한국에서 산지 8년 째. 귀화한 팍티 씨는 준비한 원고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며 이주여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팍티 씨가 제기한 내용은 이주여성의 한글ㆍ취업 교육과 함께 자녀교육 등 다방면이었다.

한글 교육과 관련해 팍티 씨는 ▲동사무소 등 가까운 한글 교육장소 ▲초급반 국가별 언어 통역사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딸을 두고 있는 팍티 씨의 고민은 자녀교육에도 이어진다. 팍티 씨는 “아이들이 학교 공부만 가지고 부족한데 (엄마가 직접) 가르쳐주지 못해 답답하고 속상하다”며 “다문화가족 아이들을 위해 방문교육을 할 수 있는 멘토를 국가차원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한국인’ 외모에 가까운 팍티 씨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팍티 씨는 “다른 다문화가족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며 ‘학교에서 놀림받고 돌아와 ‘나 한국사람 아니야?’라고 묻는 아이 질문에 대답을 못해 울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국 아이들에게도 다문화가족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는 방법을 가리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주여성의 ‘취업’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도 했다. 팍티 씨는 “제가 돈을 벌면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를 키우며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문제와 함께 “저희같은 사람(이주여성)이 함께 다니면서 일 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사회 전반의 ‘분위기 쇄신’을 요청하기도 했다.

포럼에서 충남 홍성군 농촌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한 김오열 홍성YMCA 사무총장은 ▲매매혼적인 결혼이주 과정 ▲인권보장 ▲경제적 활동 보장 ▲자녀의 따돌림, 이중언어, 문화적 부적응 문제 등을 제기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총장은 곧 시행될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중앙 정부의 다양한 이주민 지원정책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며 지역사회 주민이 정책 추진 주체가 되고 정책에 일관된 다문화 이념을 적용할 것 등 해결 과제를 던졌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한 해 결혼한 100쌍 가운데 11쌍이 국제결혼(11.1%, 38,491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국제결혼 비율이 8.4% 급성장 한 후 꾸준히 늘어 11%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제결혼 건수는 총 2십6만1천79건(7.1%)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다문화'가 없어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소라미 변호사 “결혼이주자지원법에 불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조용한 진통’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효력을 발휘하는 때는 올해 9월로 아직은 미완성 단계. 하지만 입법과정에서부터 제기 됐던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희망’보다는 ‘체념’하는 분위기가 먼저 전해진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무실에서 만난 소라미 변호사는 다문화가족법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기자에게 “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대한 기사를 쓰느냐”는 질문부터.

소 변호사는 “‘해야한다’ 혹은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할 수 있다’ ‘노력해야 한다’ 등 임의조항이 더 많다”며 “어느 항목에서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정부의 의지를 읽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소 변호사는 “물론 서비스 차원이라 의무규정이 맞지않는다는 정부 반론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말 필요한 지원 서비스는 조금더 강력하게 강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다문화가족법의 지원 범위와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다문화가족법은 결혼이주자 혹은 귀화한 자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지원 범위로 두고 있다. 소 변호사는 “국적에 따라 귀화를 전제로 한국인이 될 사람,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제적”이라며 “법 내용에 따른다면 ‘결혼이주자지원법’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화 의원이 제출한 이주민가족의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제안한 지원 범위는 더 다양하다. 고경화안은 이주민의 정의를 “외국 거주자가 국내에서 근로ㆍ생활ㆍ군복부ㆍ교육 등 목적으로 입국해 체류하고 있는 자”로 “한국 국적을 갖지 않거나 귀화ㆍ혼인 등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 등으로”해 폭넓게 규정했다.

소 변호사도 “투자자 가족, 유학생 가족 등 한국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다문화가족을 배제하고 ‘한국인과의 결혼’ 범주에만 ‘다문화가족’ 의미를 한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ㆍ미등록(불법) 등 체류 자격 여부에 따른 지원 폭에 대해 소 변호사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주민이고, 본국으로 돌아간 후 한국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다면 꼭 예산낭비라는 시각을 적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내용도 문제로 제기된다. 법이 다문화주의 정착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주민을 한국사회에 ‘빨리’ 정착하고 통합할 수 있느냐의 내용으로 채워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동화주의냐 다문화주의냐를 논하기 전에 기본적인 지원서비스부터 갖춰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한국어 교육이나 기초 정보 제공 등에 대해서까지 ‘주의’를 따지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적어도 기본적인 세팅이 이뤄진 후 이주민이 가진 다양한 문화나 역사성을 한국사회가 얼마나, 어떻게 존중하고 보존하도록 지원할 수 있느냐는 단계가 돼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소 변호사는 “시민사회도 당장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문화적인 지원서비스 마련은 사회인식 변화와 함께 해야 이주자도 큰 문제 없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보니 정부부처마다 난립한 다문화가족지원 정책의 통합 관리 필요성도 제기했다. 소 변호사는 “법무부의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은 ‘세계인의날’을 제외하면 다문화가족법과 다른 점이 없다”며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 농수산식품부 등에 난립한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묶어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