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부론(鄕富論)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국부론(國富論)이라는 책에 대칭되는 용어로 저자는 “21세기는 국부론이 아니라 향부론 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21세기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하는 지방의 시대”라고 말을 하고 있다. 이 말은 이제는 지역문화(鄕富)가 바로 지속 가능한 국가경쟁력의 기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말의 이면에는 지역문화가 살아나야 되고 지역문화가 지역을 살찌우고 일으켜 세울 중요한 핵심이라는 말로 통하게 되었다. 실제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화의 세기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제가 실시되고 난 후부터 어느 지역이고 간에 그 지역이라는 고유명사 앞에 문화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는 말이 어느 한 곳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를 지역 경제와 접목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가기 시작하면서 ‘문화산업’이라는 말이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1980년대 이후 다국적 기업이 등장하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말이 시작되어 지금에 와서는 모든 나라들에 있어서 주요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오늘날 문화산업이라고 할 때는 문학, 음악, 건축, 연극, 춤, 사진, 영화, 산업디자인, 미디어 예술, 출판 등등 헤아릴 수없이 많은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서는 이 문화산업이라는 용어 속에 “축제”가 끼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축제의 산업화’라는 말이 생겨났고, 축제를 기획하고 꾸미는 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축제’와 ‘산업화’라는 말을 합성하여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긴 그동안의 축제가 지자체들의 낭비성 예산집행이라는 비난을 받다보니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말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축제가 연간 1천개가 넘게 벌어지고 있고 대다수가 와화내빈(外華內貧)의 흥청망청 축제처럼 비쳐온 것도 사실이다.

빚더미위에 앉은 지자체에서 보여주기 위한 축제로 흐르고, 어느 지역에서나 그 나물에 그 밥처럼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생각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세금인데 낭비하는 것처럼 보여 지면서 개탄의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와서 이러한 축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크면서 각 지자체마다 1년에 몇 개씩 치러지던 축제를 한 두 개로 통폐합하려는 움직임과 축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가시화되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축제의 정체성에 대하여 한번쯤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축제를 생각하면서 먼저 축제의 정체성이나 축제 그 자체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산업이나, 경제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산업이 곧 문화인가? 라는 물음처럼 축제의 산업화는 축제가 산업화인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것은 아니다.
축제는 지역주민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의 정체성이 먼저 찾아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이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쉽게 말해서 지역주민이 공감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 전설, 특산품 등을 찾아서 역사를 조명한다거나 인물을 추모한다거나 특산물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체성으로 주민의 삶과 지역의 역사·산업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이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 영국의 에든버러축제, 독일의 뮌헨맥주축제, 몽골의 나담축제 등은 축제를 통해 그 지역민의 공동체의 정체성을 공유했기 때문에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통을 재현한다고 전통을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정체성을 바탕에 두고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가미하여 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축제를 산업화 한다고 내세웠던 축제치고, 성공한 축제는 별로 없다. 눈앞 돈벌이만 찾으면 축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축제는 기획 단계부터 축제 그 자체로 성공 할 수 있는 정체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민간 이벤트사에 위탁해서 치러지는 일회성 행사 위주의 축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축제가 축제로서 성공하면 산업화는 저절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