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판 승부 위해 17대 국회 끝내기에도 팽팽한 여야

17대 마지막 국회가 시작됐다. 총선 후에는 국회를 열지 않는다는 관례를 깬 임시국회인 만큼 298명이 꾸려나갈 한 달에 국민들은 이목을 집중했다.

4월25일부터 5월24일까지 한 달간 열리게 될 임시국회는 5월6일 ~ 9일 대정부 질문을 갖은데 이어 위원회 활동을 통해 상정된 법안을 본회의에서 5월16일, 22일 양일간 처리한다.

이번 국회는 여야 모두 민생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교통 에너지 환경세법 개정안(유류세 35% 인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지방세법 개정안 (거래세 1%로 인하) ▲고등교육법 개정안(등록금 인상 상한제) ▲임대주택법 개정안(펀드설립을 통한 임대주택사업 활성화)의 5대 민생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한나라당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관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 미성년자 피해방지법(일명 혜진·예슬법) ▲식품안전기본법 ▲낙후지역개발촉진법 ▲국립대학국고회계자율화법 처리 등 민생경제와 관련된 법률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회는 ‘민생’보다 ‘정당간 힘겨루기’로 치닫는 양산이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시작 전부터 한미FTA비준안과 미국산 쇠고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쟁점 현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FTA와 미국산 쇠고기 뜨거운 쟁점

한나라당은 농해수위에서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를 갖기로 한 것과 관련해 통합민주당에 한미FTA비준안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 3당이 쇠고기 청문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동의안도 거부하겠다고 해 청문회를 받아들였다”며 “청문회까지 받아주었으니 통합민주당은 FTA비준동의안 청문회를 예정대로 개최해 달라”고 요구했다. 쇠고기 청문회를 주었으니 한미FTA비준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한미FTA와 미국산 쇠고기 빅딜설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가운데 통합민주당이 5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비준동의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한나라당은 무기명 표결이라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일 “국회가 17대에서 18대로 넘어간다고 해서 국민이 바뀌거나,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17대 국회에서 해야할 일을 18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일”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출총제ㆍ금산법 여야 격돌 예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출총제, 금산분리 완화 정책도 민생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폐지를, 민주당은 고수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임시국회에서 출총제 폐지를 처리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최인기 통합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적으로는 기업 특히, 대기업집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적이고 시장지향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며 출총제 폐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또 임시국회에 금산분리정책을 완화하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안(금산법)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이 국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낙선 의원의 부재로 맥 빠진 임시국회

총선 직후 이뤄진 임시국회로 상임위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는 점도 이번 국회를 민생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상임위에서는 4년 동안 보아오던 국회의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당초 우려대로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당 내 권력 지형변화까지 겹쳐 안팎으로 마지막 국회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그러나, 임시국회는 계속돼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법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들이 임기만료 폐기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여야 정치 싸움에 혀만 찰 것이 아니라 각 당이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민생 법안들과 당론으로 내세운 법안들을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떤 법안을 추진했는지, 중간에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법안이 시작되는 상임위부터 시작해야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통과시키기로 한 법안을 상임위별로 짚어보는 이유다.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