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한 달에 1천7백만원 국민세금으로 지급
수당 520만ㆍ활동비 180만, 휴가비, 정근수당, 출장비, 관용차와 유지비, 정책개발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수당 및 경비 지원 안내’에 따르면 18대 의원들은 올해 5월30일부터 12월31일까지 약 1백96억(월 평균액 기준, 수당 및 활동비 포함)을 사용하게 된다. 국회사무처 회계과는 국회의원들이 2008년 한 해 동안 활동지원비의 구체적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의원수당을 비롯해 활동지원비, 의정활동비 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다.

1백96억원 한 닢 한 닢이 국민의 세금이다. 때문에 <여의도통신>은 국회의원의 경비 내용과 액수를 자세히 살펴봤다. 액수가 너무 많다거나 불필요한 경비가 첨부돼 있다는 까칠한 생각은 일단 접고, 내용 전달에 중점을 뒀다. 독자들과 국민들이 낸 세금을 의원들이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잘 지켜보시라는 의미에서다. 5월31일부터 12월31일까지 국회의원들은 1백96억을 이렇게 사용해야 한다.

충청지역 초선으로 당선된 A 의원은 9시 정각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했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비서관에게 일정을 보고받았다. 오늘은 지역구에 내려가 지역문제 간담회를 개최하는 날이다. 출발 전 의원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여의도 앞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운 후 지역으로 향했다.

간담회를 성황리에 마친 A 의원은 참석한 지역 전문가에게 사례금 대신 지역 특산물인 홍삼을 선물했다. 서울로 올라올 때는 자가용 대신 KTX를 이용했다. 지난해 4월부터 불가능해진 무임승차 때문에 의원은 표를 예매한 후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경비는 이번 달 25일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가상으로 설정한 A 의원의 하루. A 의원이 하루 동안 활동하면서 사용한 식대, 간담회 사례비, 주유비, KTX 승차표 비용에 의원이 아침에 마친 커피 비용까지 모두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의원지원경비로 이뤄진다.

18대 국회의원이 1인당 지원받는 한 달 치 금액은 1천6백95만8백50원이다. 1천7백만원에 이르는 월급에는 의원 개인 수당을 비롯해 활동지원비와 상여금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의원수당과 상여금 월 평균액은 9백41만9천7백30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1천3백3만6천8백원이 된다. 개인수당 5백20만원과 입법활동비 1백80만 원 등 8백46만원은 의원의 순수 한 달치 수당이다. 여기에 명절 휴가비와 정근수당 명목으로 각각 6백24만원과 5백2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명절 휴가비는 설, 추석에 지급되며 일반수당의 60%로 월급의 120%이다. 정근수당의 경우 1월과 7월에 지급되는 비용으로 일반수당의 50%이며 1월과 7월 두 달간 총 5백2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수당 이외에도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을 보조하는 활동지원비가 지급된다. 이 활동비는 월 6백75만여원이 지급되며 공무수행출장비는 별도로 지원된다.

국회의원의 발인 관용차에는 매달 1백25만8천원이 지급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직업인만큼 의원의 행동반경은 일반인에 비해 넓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여의도와 지역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에 비해 폐차 기간도 훨씬 빠르다. 지역구 한 보좌관에 따르면 “관용차를 3~4년 마다 바꾼다”고 전했다. (택시의) 법적 폐차시한이 6년인 것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거리를 주행한다는 얘기다.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는 매월 15일에 계좌로 입금된다. 의원회관 관리사무실에 요청 시 유류비 대신 90만원에 상당하는 주유상품권을 받을 수도 있다.

활동지원비 외에 의원들은 공무수행출장비를 따로 지원받기도 한다. 지난해 4월부터 철도 무임승차가 금지됨에 따라 국회에서는 의원들에게 경비를 따로 배정하고 있다. 의원은 배정된 금액 범위 내에서 철도, 항공기 또는 승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출장비는 현직 국회의원에 한해 지원되며 비수도권 의원 배정액은 지역구에 따라 배정액에 차등을 두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 배정액의 경우, 그랜저 3.0차량(L 당 8km)으로 한 달에 3회 방문에 유류단가 리터당 1천7백원을 기준으로 ‘(지역구 기준거리/8km）X 3회 왕복 X 12개월 X 1700원 X 0.8’공식에 따라 산정된다.

충남ㆍ대전의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서천을 기준으로 7개월 동안 총 1백67만8천8백40원을 받는다. 강원도 지역 의원은 강릉을 기준으로 1백19만9천3백40원을 받게 된다.

경북ㆍ대구 지역은 포항을 기준으로 2백60만4천5백90원, 전남ㆍ광주는 순천을 기준으로 2백83만2천6백70원이 지급된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가진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들은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 배정액을 제외한 금액을 받는다. 비례 56명, 수도권 지역구 의원 109명에게 7개월 동안 1인당 57만1천여원이 지급된다.

승용차량과 항공기 사용 후에는 주유 영수증과 항공임 영수증을 첨부해 회계과로 제출해야 한다. KTX 등 철도의 경우엔 이용 후 한국철도공사가 통보한 전월 의원개인별 이용실적에 의해 배정된 출장비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항공기와 달리 철도는 1인당 배정액을 모두 사용한 경우에도 계속 이용이 가능하다.

출장 등의 외유 지원 이외에도 활동지원비에는 의원들의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도 포함된다. 의원은 약 2백33만원에 달하는 돈을 매달 지급받을 예정이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활동지원비의 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돈줄’이 막힌 의원들을 위해 17대 국회 김원기 국회의장이 추진한 사안으로,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위원회가 국회의원의 입법 개발을 위한 활동에 경비를 지원한다. 입법정책개발비는 2008년 18대 국회에 총 57억1천8백만 원이 편성됐으며 개발비는 자료발간, 세미나 개최 경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안내집을 발간한 국회사무처 회계과 관계자는 “17대부터 책자를 계속 만들어왔다”면서 “사무처 입장에서 법안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일이 값어치 있다”고 평했다. 관계자는 “이 자료(책자)가 값어치 있느냐고 하지만 법을 만들고 정책 수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 단위까지도 절약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국회의원의 몫이다. 1억1천3백이라는 돈, 그냥 쓰라고 주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이 돈 이상의 역할을 해 내라는 무거운 국민의 뜻도 수당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국민의 돈이라고 단순히 아껴 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효율성 있게 얼마만큼 국민을 위해 일했느냐다.

국민의 세금인 만큼 299명 의원들은 용도에 맞게 신중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