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유행한 키워드는 단연코 '경쟁력'이란 화두다. 국가경쟁력이란 말에서부터 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대학과 공공조직에서까지 경쟁력이란 말이 유행한다. 개인 수준에서조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아침저녁으로 외국어 학원엘 다닌다는 말이 쉽게 쓰일 정도다.

그래서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구도 만들어져서 국가경쟁력의 순위를 매기기도 하고, 기업이나 대학의 경쟁력만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기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위스의 IMD경영대학인데, 매년 국가경쟁력을 수치로 환산해서 등수로 매겨 발표한다. IMD의 경쟁력 지수의 높낮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나라가 많은데, 우리나라도 그 중의 하나다.

기업과 대학 평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경쟁력 평가 기구는 엄청나게 많고, 대학도 여럿이 있다. 그래서 국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을 포함한 기타 공공조직 모두는 경쟁력을 높이기에 혈안이 된다. 경쟁력이 곧 그 조직의 생존력(survival power)이자 미래 가능성으로 간주되는 때문이다.

엘리트와 스타 중심에서 벗어나야

그러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경쟁력 키우기를 너무 엘리트 중심 또는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 경쟁력의 본질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스타플레이어 영입이다. 연전연패만 하는 스포츠 팀의 구단주가 생각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타플레이어를 비싼 연봉을 주고 데려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쓰러져 가는 기업을 살리려는 주주들의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유능한 경영 전문가를 비싼 연봉을 주고 영입해 오는 것이다. 아이코카가 제너럴모터스에 경영의 귀재라는 평판 덕분으로 특채된 것이 그렇고, 카를로스 곤이 위태위태한 닛산자동차에 영입된 것도 바로 그런 예다.

다행히도 간혹,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으로 스포츠 팀이나 회사, 그리고 조직이 살아나게 되면, 환호와 찬사는 온통 그 한 사람에게로 모아진다. 그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버텨준 전 직원의 숨은 경쟁력은 외면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한다. 아무리 그래도 스타플레이어는 여러 선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아무리 훌륭한 축구선수도 그라운드에서 혼자 뛰어 이기는 것이 아니다. 10명의 어시스트를 받아서야 비로소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것이다.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빛나기 위해서는 10명의 동료선수가 함께 빛나는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우리는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의 본질은 스타플레이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스타플레이어를 가능하게 하는 주변 보통사람들의 능력의 수준에 있는 것이다.

맥아더 장군이 스타플레이어였던 것은 그 주변에 그가 그런 스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유능한 참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의 박태환이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그리고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10대들은 분명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그들은 환호와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을 스타로 키워낸 주변 사람들의 능력 또한 높은 경쟁력의 한 부분으로 주목받아야 할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무수한 여성 프로골퍼를 보면서 우리는 감탄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골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자랑스런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들의 혁혁한 성취를 가능하게 한 숨겨진 경쟁력, 예컨대 그들 부모의 열정과 희생과 투자 등의 경쟁력에는 주목하지 못한다.

보통사람들의 숨은 경쟁력 높여라

대학의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사용되는 지표가 논문인용지수와 특허출원의 개수다. 즉, 교수나 학생들에 의해서 얼마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이나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가 대학경쟁력의 핵심이다. 세계의 유명대학은 분명히 이런 지표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다. 세계최고의 논문을 산출해 내고 있는 교수와 연구원 때문에 그 학교의 경쟁력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스타플레이어 교수와 연구원은 전체 교수 중 소수에 불과하다.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모두 세계일류급의 논문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잘 조화된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논문산출 업적이 최고인 교수와 연구원이 있는가 하면, 연구와 논문 집필보다는 가르치는데 최고인 교수도 함께 있는 것에 말이다.

우리는 호수에 떠있는 백조를 보면서 그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한다. 그러면서도 물 속에 잠긴 두발은 그 자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으로 물을 헤치고 있다는 것에는 주목하지 못한다. 하버드대학이 겉으로 보이는 그런 경쟁력을 자랑하는 것은 물 아래 평범한 교수들의 경쟁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일류급의 논문과 특허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경쟁력일 뿐이다. 그런 경쟁력을 가능하게 하는 숨겨진 경쟁력, 예컨대 엄청난 수준의 연구비를 끌어 모으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행정가, 연구보다는 교육에 전념하는 유능한 교수들의 경쟁력도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 경쟁력을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 생각한다. 보통사람들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스타플레이어의 경쟁력도 무용지물임을 인식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