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소식 > 독자코너
여/의/도/비/평/… 손혁재(정치평론가, 경기대 교수)
취재팀  |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8.03.20  15:51: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민의 우습게 여긴 '이명박 인사'

이명박 정부가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인사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심각한 인사파동의 원인은 ‘검증시스템의 한계’가 아니다. 인사권자의 철학과 가치관의 근본적인 오류, 국정운영에 대한 안이한 태도와 판단이 원인이다. 첫 인사를 실패함으로써 새 정부의 정치력은 많은 타격을 입었다.

민주화 이후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선에 대한 검증이 일반화되었다.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세금 포탈, 논문 표절, 음주 운전, 기타 도덕성 훼손 등은 고위공직에 부적합하다는 관행이 사실상 확립되었다. 정치 공세의 측면도 있고, 법적 강제도 없지만 고위공직자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으로 국민적 공감을 받았다.

적지 않은 총리나 장관 후보들이 이 기준에 걸려 물러났다. 김영삼 정부 때 박희태(법무부 장관, 자녀 이중국적), 박양실(보건사회부 장관, 부동산 투기), 허재영(건설부 장관, 재산형성 과정), 김상철(서울시장, 그린벨트 훼손) 등이 임명 뒤 곧바로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 때는 주양자(보건복지부 장관, 부동산 투기), 오장섭(건설교통부, 부동산 변칙거래), 송자(교육부총리, 자녀 이중국적) 등이 물러났다. 장상(국무총리, 부동산 투기), 장대환(국무총리, 위장전입)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해 서리를 떼지 못하고 물러났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헌재(경제부총리, 부동산 투기), 강동석(건교부 장관, 부동산 투기), 최영도(국가인권위원장, 부동산 투기), 이기준(교육부총리, 자녀 이중국적), 김병준(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등이 물러났다.


인사권자 철학 부재가 근본문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나 언론의 간단한 검증만으로도 적지 않은 인물들이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몇 명이 물러났고, 몇 명은 계속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인사는 기득권 세력의 연합체인 정권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참모와 각료는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인사에서 지역, 출신대학, 남녀비율을 고려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려 애썼다.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자신과 정치철학이 같거나 신뢰하는 인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등용하거나 선거의 논공행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통합이 중요한 과제인 정치현실에서 대통령은 인사에서도 다양성과 균형, 조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에 대한 배려나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 ‘능력’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무시했다. 지역이나 출신학교 안배 등 정치적 고려를 하다보면 정작 능력 있는 적임자를 발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첫 인사가 능력 있는 적임자를 필요한 곳에 임명하는 적재적소의 인사였는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은 탈이념, 속도, 효율성, 결과, 대통령의 판단 등을 중시한다. 상대적으로 투명성, 민주성, 정당성, 형평성, 국민정서 등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유능’하면 ‘과거는 묻지 않겠다’며 국보위 입법위원 출신을 인수위원장으로 발탁하고 국보위 재무위원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강부자 내각’, ‘1% 내각’이라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자라고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첫 인사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국민정서나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새 정부 발목잡기가 아니다. 단순히 돈이 많아서 거부감을 갖는 것이 아니다. 탈세, 위장전입 등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있기에 문제 삼는 것이다. 또 위법 편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가치관이나 지금까지의 인생역정이 일반 국민과 다를 수 있고, 따라서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인 것이다.

물러난 인물을 두고 ‘안타깝다’는 인식도 문제이다. 인사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실망을 아직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게 정말 안타깝다. 인사파동에 대해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대통령 발언은 ‘남들(언론, 야당,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탓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은 ‘안타깝다’고 하기 이전에 인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마땅하다.


잘못 인정하고 국민에 사과해야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선 과정에서 자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그리고 특검 수사를 통해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주가조작 문제 등 크고 작은 도덕성 문제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최다득표차로 당선되었기 때문인지 공직자 인사에 있어 도덕적 기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최다득표차 당선을 국사에 관한 전권 위임으로 보는 건 착각이다. 문제가 많음을 알면서도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정치적 기회’를 준 것이지 도덕적 흠결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

최다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정권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5년 뒤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참모와 각료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구성된 ‘드림 팀’이 되어야 한다. 공직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공직은 국민과 국가의 것이다.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나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린 인사권 행사가 새삼 아쉽다.

취재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자코너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남 담양군 담양읍 미리산길 28 별해리A 상가동 3층  |  대표전화 : 061)383-2772  |  팩스 : 061)383-9945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남 다 174호(2002.10.25)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김동섭  |  편집국장 : 정용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용택
Copyright © 2013 담양인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