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광주에서 제7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전남대학교 일원에서 열린 이번 참교육실천대회는 조합원 1,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교육주체 소통하여 참교육과정 실현하자’라는 주제를 놓고 뜨거운 호응과 열기 속에 진행됐다. 주된 내용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과 참교육 정신을 반영한 대안교과서 마련, 참교육 실천의 체계화 등을 중심으로 분과별 연구발표와 토론 등으로 이뤄졌다. 최근 이명박 당선자는 당선 전·후 지속적으로 전교조의 교육 방침과 엇갈리는 교육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마치 전교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듯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9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전교조는 이번 참실 대회를 통해 보수언론의 공격대로 좌경화 된 ‘이익집단’인가,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의 주체로 신뢰 받는 교원노조인가에 대한 질문에 교육현장 속에서 느끼고 배운 고민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여실한 대답을 보여주었다. 3박4일 동안 열린 ‘참교육실천대회’를 통해 최근 전교조가 어떤 길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제7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를 가다

이 당선자 정책
"사교육부담 가중시킬 것"

질문/ 내가 보고 싶은 곳과 그 곳에 가고 싶은 까닭을 글로 쓰세요.

답/ “저는 우주를 보고 싶지만, 하지만 전 못갑니다. 왜냐하면 영어도 가야 되고, 피아노도 가야 되고, 미술도 가야돼요. 그리고 우주선도 없고 그래서 못 갑니다.”

한 네티즌이 동생의 교과서를 보고 스캔해 인터넷에 올려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몰이를 했던 글이다. ‘동생의 꿈을 빼앗아 버린 학원’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한번 웃고 넘기기에는 씁쓸함이 더 커버린 한국 사교육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2007년 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 시내 17개 초등학교 4~6학년생 1,4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업성취도 평가가 끝난 뒤 죽고 싶다고 느꼈다는 학생이 13.2%,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한 학생이 34.9%라는 결과를 보였다.

이들 중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학생은 26.1%, 밤 12시 이후까지 공부하는 학생은 23.8%였으며 오후 8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답한 학생도 무려 46.8%에 이르렀다.

대학입시, 고등학교 입시, 이제 중학교 입시에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가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조사결과다.

"사교육 조장의 주범은 언론"

참교육실천대회 교육정책마당에서 ‘입시 권력의 파시즘 시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심인섭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교육담론실장은 “학원 강사가 학교 선생보다 잘 가르친다는 식의 담론이 이미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면서 공교육이 설자리를 못 찾고 있다”며 “보수 언론에 의해 학교와 학원 교육이 비교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입시권력의 파시즘(Fascism, 독재)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자 교육정책 전교조에게 기회"

국내 교육 환경은 이미 서비스 산업처럼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이 돼버렸다. 이미 대학을 통한 부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 대학 서열 체제로 인한 학벌사회, 과열된 대학입시를 통해 한국은 교육을 중심으로 계급사회로 전락해버렸기에 이러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해답이 간절하게 요구된다.

냉소적이고 때로는 공포스럽기까지 한 교육의 절망스럽고 비참한 현실(이미 충분히 다 알고 있는)을 불만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윤리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교육의 장으로 한 계단 뛰어 오르는 희망을 꿈꾸어야 한다.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 공약대로라면 사교육이 강화되고 경쟁만 심화될 것”이라며 “전교조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이 당선자 측을 자극했다. 새 정부에서 교육 양극화가 심해져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등을 늘릴 경우 고교 서열화를 가중시키고 대학정책은 학부모나 수험생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구호로 학교 만족 두배, 사교육비 절반을 내세우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체제를 전면적으로 해체해 자립형 사립학교로 재편되는 방안일 뿐”이라며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교조는 농민 노동자 등 모든 교육주체와 교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실천대회 문예분과에 참가한 조선영 교사(서울 풍납중)는 “전교조는 이제껏 가장 좌측에서 정부의 교육정책을 견제하며 일반인들이 지향하는 교육적 목표 실현을 위해 일해왔다”며 “학생·교사·학교 모두가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어쩌면 이명박 정부와의 대립은 오히려 가장 가까운 교육주체(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지지 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황호영 전교조 부위원장도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전면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며 “앞으로 2년간 새 정부의 공세와 수구 보수세력의 전교조 고립화 공세에 대처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38개 분과별로 실천활동 공유

3박4일간 1200명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유아교육, 기술, 초등국어, 도덕, 보건, 학교도서관, 대안교육, 양성평등, 특수교육 등 총 38개 분과별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참교육 실천 활동과 그 사례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마당을 펼쳐보였다.

부평 갈산중학교에서 온 교사 윤 경씨는 “매회 참교육실천대회를 통해 다른 교사들의 활동 보고를 보며 배우고 많은 자극을 받는다. 또 내가 교사로 생생하게 숨 쉬고 있다는 생명력도 느낄 수 있다.”며 “올해 학기가 시작하면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실천해, 내년 이맘때쯤엔 나만의 교육 내용과 성과를 선보이는 발표자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교육에 대한 이상을 말하기 힘든 시대이지만, 어떤 식물이든 씨앗이 싹을 틔워야 꽃도 피우고 열매가 맺어질 수 있다. 아이들의 교육 현장이 생명이 자라날 수 있는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상위권 대학, 대형 학원이 ‘입시 권력’을 휘두르며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어 골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 산출 측정이 안 되는 교육(예를 들어 독서, 예체능, 도덕이나 윤리 등의 과목)은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프랑스의 프레네 교육(수업과 학교생활 학습의 내용까지 관련한 모든 것을 교사와 학생이 자율성과 공동 책임을 갖고 함께 결정하는 학교 교육 형태)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준다.

17일 오전 프랑스 앙 주 게팽학교 교장, 현대학교협의회(ICEM) 출판국 총 책임자 등을 맡고 있는 프랑스와 르 메나에즈는 생 나제르 실험고등학교 교사인 롤랑 프티(54)씨와 함께 참교육실천대회 현장을 찾아 프레네 교육의 철학과 교수법, 적용사례 등을 소개했다.

메나이즈와 롤랑 프티는 “한국의 국정교과서는 프랑스의 1950, 60년대 교과서와 큰 차이가 없고 교육 시스템도 다소 뒤처져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메나에즈씨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니라 문화 전반을 배우고 성장했을 때 더욱 큰 시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돼야 한다”고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을 비판하며 “학교는 학생들이 어떤 과정에 있는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를 지켜보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소리 최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