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33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7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하권익 우리들병원 명예의료원장이 ‘건강, 자신 있습니까-CEO의 건강과 행복한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는 없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정작 그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세계보건기구(WHO)가 1947년 발표한 건강의 정의는 시사적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WHO는 당시 ‘건강한 사람’의 개념을 ‘육체적(physical)으로 병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mental)으로 건강하고, 그래서 사회적(social)으로 건전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정신적 건강에는 지적(intellectual) 건강, 정서적(emotional) 건강, 영적(spiritual) 건강이 모두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는 흔히 알고 있던 육체적 건강은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까 건강한 삶 그 자체야말로 진정한 건강이라는 말이다.”

하권익 우리들병원 명예의료원장은 건강에 대해 발상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제안으로 강연의 서막을 열었다. 그래서였을까. 하 원장은 장년층의 술자리 건배사인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아프다가 사(死), 즉 죽자)에 대해서도 색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려면 20~30대처럼 사(思), 즉 생각하자’고 해석한 것이다.

“정신적 건강의 위대성을 보여준 표본적 인물이 있다. 록펠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33세에 백만장자가 됐고, 43세에 미국 최고의 갑부가 됐으며, 53세에는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권좌에 등극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54세에 불치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간 병원 입구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가지려 하지 말고 베풀어라. 행복을 위하여’. 그것을 보는 순간 록펠러는 전율했고, 인생관이 바뀌었다. 사재를 털어 재단을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자 믿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났다. 55세에 건강이 회복됐고, 98세까지 장수한 것이다. 눈을 감기 직전 그는 ‘전반기 55년보다 나머지 53년의 삶이 더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당신먼저 10계명'과 '건강십진법'

록펠러가 불치병을 극복하고 육체적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의 정수를 뒤늦게 맛보고 실천에 옮겼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의 국제인명센터(IBC)에 의해 ‘세계 100대 과학자’(2005년)로 선정돼 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던 하 원장은 “화를 화로 대하면 두 배가 되고, 화를 웃음으로 대하면 기쁨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승용차 한 대에 3명의 손님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통 체증으로 도로가 막혔다. 그러자 한 사람이 운전사에게 늦었으니 빨리 속도를 내라고 다그치며 화를 냈다. 또 한 사람은 옆 차가 끼어들자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왕 늦었으니 음악이나 들으며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묻더니 라디오를 틀어 달라고 했다. 물론 손님 3명의 도착 시간은 똑 같았다.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을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각각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맡겨진 일을 흔쾌히 끝낸 뒤 성취감을 만끽하고, 또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느끼며 신경질부터 낸다. 세상에 태어난 것은 신의 선택일지 모르지만 어떻게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각자에게 달려 있다.”

이어서 하 원장은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소개하면서 “나이를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16세의 청춘이든 60세의 노인이든, 삶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모두 60세의 노인일 뿐이고, 삶에 대한 열정이 뜨거우면 모두 16세의 청춘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먼저 건강하면, 가정도, 직장도,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하 원장의 생각이다.

“이런 현대적 우화를 들려주고 싶다. 85층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등산을 다녀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니까 고장이 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30층 정도에 이르니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만 배낭을 내려놓았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그는 무사히 85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니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내려놓았던 배낭 안에 열쇠가 있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귀찮긴 하지만 30층까지 다녀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사람의 일생이라면 전혀 문제가 달라진다. 85세가 되어서야 후회가 된다고 30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을 85세까지로 본다면, 우리는 생애를 정리할 그 무렵 수많은 열쇠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남을 배려해야 할 열쇠, 남에게 감사해야 할 열쇠 등이 있어야 천국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살면서 조금 힘들 때마다 우리는 종종 이 소중한 열쇠를 손에서 놓아 버리곤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꼭 챙겨야 할 열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가장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달력에는 현재만 있고, 마귀의 달력에는 과거와 미래만 있다고 한다. 현재(present)에 충실한 사람이 하나님의 선물(present)이다.”

그러면서 하 원장은 다음과 같은 ‘당신먼저 10계명’을 소개했다. (1)일일이 간섭하는 습관을 버리자. (2)이의를 다는 습관을 버리자. (3)삼삼하게 살자. (4)사사로운 것에 목숨 걸지 말자. (5)오! 하고 감동을 느껴라. (6)육체적인 스킨십을 자주 하자. (7)칠칠맞은 짓은 하지 말자. (8)팔팔하게 움직이자. (9)구질구질한 생각은 버리자. (10)열어라! 마음과 지갑을.

“나는 건강을 위해 누구나 매일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다음과 같이 ‘건강십진법’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1)한 번 이상 보람찬 일을! (10)열 번 이상 파안대소를! (100)백 글자 이상 직접 쓰자! (1000)천 글자 이상 읽자! (10000)만 보 이상 걷자! 아울러 건강과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깨트릴 필요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유전적 요소가 30%의 영향만 준다는 사실도 그 중의 하나다. 도리어 환경적 요소가 70%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각자 마음만 먹으면 자기 스스로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유병팔 교수가 쥐를 4그룹으로 나누어 음식과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실험은 주목된다. 이에 따르면, 절식과 운동을 동시에 진행한 쥐가 가장 건강했다.”

웰빙만 바라고 욕심 부리면 죽음

하 원장은 지속 가능한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절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절식이 장수의 최고 방법이라는 말인데, 평소보다 음식 양을 30~40% 줄이면 비만과 질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5분이나 10분이라도 좋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을 해서 하루 한 시간을 넘기도록 노력하라는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이순신 장군의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라는 말씀을 좋아한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라는 이 말의 뜻처럼, 실제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빨리 죽게 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타인에게 어떻게 베풀며 살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훌륭한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은 그런 점에서 ‘전쟁 용어’가 아니라 ‘건강 용어’인 셈이다. ‘웰빙(well-being)’만을 바라고 욕심을 부리면 필사(必死)이다. 그러나 ‘웰엔딩(well-ending)’을 생각하며 건강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필생(必生)이다. 자신의 묘비명에 ‘후회 없이 살았다’고 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창조적 변화, 실천, 긍정을 지향하는 건강한 사람이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하권익 원장의 이력서

▲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 서울대 의학 석·박사
▲ 서울대 의과대 외래교수
▲ 대한스포츠임상의학회 1~2대 회장
▲ 제15회 캘거리 동계올림픽 한국팀 의무
▲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 회장
▲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 대한골절학회 회장
▲ 제2~3대 삼성서울병원 원장
▲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
▲ 을지대학병원 병원장
▲ 대한올림픽위원회 의무위원장
▲ 경원대 초빙교수
상훈: 내무부장관표창, 근정포장, 동탑산업훈장 외
저서: <건강 자신 있습니까?>(공저), <때론 치열하게 때론 나지막하게>(공저), <자녀교육이야기>(공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