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학생들의 올바른 글쓰기와 논술실력 향상을 위해 동부신문과 서울 동북고등학교에서 통합논술을 지도하고 계시는 권영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똑똑한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모쪼록 이 기획이 우리지역 학생들의 올바른 글쓰기와 논술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6. 오류 범하기 쉬운 인과관계 앞뒤 파악이 우선돼야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주장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원인과 결과일 것이다. 사건이나 사실을 설명할 때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비구름이 몰려온다”는 사건에 대해 ‘왜’ 이 사건이 발생했는지 물을 수 있다.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이 사건의 원인을 밝히면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줄여서 ‘인과관계’로 부른다. 인과관계의 본성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범하는 오류를 살펴보면 인과관계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첫번째 오류는 인과관계와 시간상의 선후 관계를 혼동하는 것이다. 인과관계에서 원인은 시간을 기준으로 결과에 항상 앞서 있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에 시간을 기준으로 앞선다고 두 사건의 관계가 항상 인과관계는 아니다.

예를 들어, “갑돌이가 할인매장을 들어가면 그 매장은 항상 손님이 몰린다”는 관계를 보자. 갑돌이가 할인매장에 들어가는 사건이 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사건 보다 시간상으로 앞선다. 그러나 첫 번째 사건을 두 번째 사건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두 번째 오류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다음 사례를 보자. “천재들은 명성을 얻었다. 따라서 명성을 얻으면 천재가 될 것이다” 명성을 얻는 사건은 천재가 된 사건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 문장은 결과를 원인으로 혼동하였다.

세 번째 오류는 우연적인 상관(相關)관계를 인과관계로 판단하는 것이다. “흡연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사례를 보자. 흡연을 심장병의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흡연과 심장병을 공통으로 발생시키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흡연과 심장병의 공통원인이다. 따라서 흡연과 심장병은 규칙적으로 함께 발생하는 상관관계일 뿐이다.

이처럼 단순히 우연적이고 규칙적인 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인과관계의 특성만 주목하자.

인과관계는 시간상으로 연결된 두 사건의 선후 관계가 우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연결된 관계이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때 인과관계로 혼동할 수 있는 관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과관계가 되기에 부족한데 인과에 관한 표현만으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그런 사례는 입증이 필요한 주장을 무의미하거나 논리의 비약으로 만든다. 다음 글을 보자.

“신문 정치 기사에서 다이어그램은, 정당의 지지율 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 결과 등 축적된 정보의 변화 양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며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학술논문의 일부)

다이어그램이 신문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다이어그램은 원인이고 독자의 빠른 이해는 그 원인의 결과이다. 이 주장만으로 위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 인과관계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글의 독자들이 필자와 같은 배경 지식을 가지면 신뢰할만한 인과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대담한 기대이다. 필자는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그런 결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 결과로 이끌어지는 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논리의 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