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학생들의 올바른 글쓰기와 논술실력 향상을 위해 동부신문과 서울 동북고등학교에서 통합논술을 지도하고 계시는 권영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똑똑한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모쪼록 이 기획이 우리지역 학생들의 올바른 글쓰기와 논술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5. 상대가 틀렸다고 내가 옳은 것은 아니다

논증(argument)은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논리학의 개념으로서 논증은 전제와 결론의 관계이다. 이미 자주 소개된 개념이다.

또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논쟁(論爭)이나 일상에서 자주 벌어지는 언쟁(言爭)의 의미로 사용된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 자신의 주장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논증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들 의미가 서로 완전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논쟁이나 언쟁을 전제와 결론의 관계로 분석할 수 있다. 주장을 강화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논쟁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 논쟁의 방법도 전제와 결론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무엇을 ‘아는 것’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논증의 의미를 아는 것이 논증을 잘 할 수 있는 것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논증을 잘 하려면 논증의 과정인 증명에 익숙해야 한다. 또한 옳은 증명과 잘못된 증명인 오류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여러 오류들이 소개되었고 잘못된 논증의 과정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을 실제 논증에 적용하고 문제점을 확인하는 습관이 논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논증을 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다른 주장이나 논증을 비판할 수 있다. 비판을 할 때 두 가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첫째, 다른 주장이나 논증에 대한 비판이 반드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입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흡연에 대한 비판이,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둘째, 문제를 비판하고 그 문제의 대안을 제시할 때 자신의 주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접흡연의 유해성을 비판할 뿐 아니라 간접흡연을 막거나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할 때 발생하는 오류가 있다. 일상의 대화나 학생들의 글에서 자주 발견되는 오류이다.

한 가지 예를 보자. 갑돌이는 매일 담배를 한 갑 이상 피우는 애연가이다. 갑돌이는 흡연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주장 1] ① 지금까지 흡연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② 따라서 흡연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주장 2] ① 누구도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② 따라서 영혼은 존재한다.

이들 예는 주장의 참이나 거짓을 모른다는 전제로부터 그 주장이 참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이 논증이 오류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주장이 참 (또는 거짓)이 되는지 알지 못하는 사실로부터 그 주장이 거짓 (또는 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실에 대한 무지(無知)로부터 그 사실의 참이나 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 이처럼 사실에 관한 무지로부터 참이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로 부른다. 다음 글을 보자.

“한미자유무역협정이 한국 사회에 유익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는 이 협정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다른 일부는 이 협정이 한국을 미국에 종속시킨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일부는 이 협정이 농촌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구도 각자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사회에 손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자유무역협정이 한국 사회에 이익을 준다고 주장할 수 없다.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의 사례이다. 필자는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려면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