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25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승효상 종합건축사무소 이로재 대표가 ‘이 시대 우리의 도시와 건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경(敬)을 행하는 자가 천하의 주인”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낙호)아. 人不知而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논어(論語)>의 맨 앞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공자가 하신 말씀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친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이다. 동양의 고전을 통해 한문도 배우고 리더십도 공부하면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리더십을 <로마인 이야기>나 폴 마이어, 스티븐 코비, 앤드루 카네기 등 서양에서뿐만 아니라 동양학의 고전인 <논어>와 <대학(大學)>에서도 찾아보자. 리더십의 깊이와 맛이 사뭇 달라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개발연구원 양병무 원장이 한 경제지에 연재하고 있는 ‘행복한 논어 이야기’에서 했던 말이다. <논어>를 경영학적 시각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양 원장은 學而時習에서 평생학습, 有朋自遠方來에서 네트워크, 人不知而不?에서 자기수양의 메시지를 읽어낸다. 서울 연신내에 소재한 금곡서당에 드나든 지 10년 만에 얻은 깨달음이다. 양 원장을 비롯해 국내 기업의 CEO, 장?차관급 관료, 법조인, 교수, 장성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논어>와 <대학>을 가르치는 ‘훈장님’이 바로 하병국 금곡서당 대표이다. 그는 최근 ‘공자 재해석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도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교육의 근본은 수신(修身)에 있다

“중국에 갔을 때 ‘공자가 왜 이 세상에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유가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자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나오셨다’고 말한다. 공자는 <주역(周易)>을 가죽 끈이 100번 떨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내게 수명을 좀 더 빌려준다면 <주역>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안타까워했다. <주역>은 잘 알다시피 하늘의 역사를 표현한 책이다. 하늘의 역사는 축약해서 표현하면 변(?과 역(易)이다. 한 시 한 때도 쉼이 없이 새롭게 변화시키고 바꾸어 나가는 것의 연속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군자(君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구일신(苟日新)이어든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하니라’는 <대학>의 한 구절에 그 답의 실마리가 있다.”

이 구절을 풀이하면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가 된다. 이어서 하 대표는 “군자, 즉 지도자가 되려면 제일 먼저 몸을 만드는 수신(修身)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신은 우선 몸과 마음을 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수신을 이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할까?

“<대학> 경문에 ‘왕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몸을 수양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는 구절이 나오거니와, 수신이란 바로 하늘의 역사에 정비례하는 몸으로 완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수신을 이룬 사람은 저 멀리서 걸어와도 그 존재가 빛나고, 가까이서 보면 반듯하고 크게 느껴진다. 광명정대(光明正大)란 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빛이 없으면 불이 꺼진 상태와 같다. 불이 꺼진 방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불이 꺼진 사람을 어디에 쓸 수 있겠는가? 공자는 인류에게 불을 켜 주고자 하였다. 치국(治國)의 근본은 교육이고, 교육의 근본은 수신에 있다. 교육은 몸과 마음에 불을 켜는 것이다. 성인이 백성들에게 불을 켜게 하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예컨대 공자가 어느 지역에 왔다는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당시 백성의 몸과 마음에는 순식간에 불이 켜졌다.”

그러면서 하 대표는 “이언교지자(以言敎之者)는 불종(不從)하고 이신교지자(以身敎之者)는 종(從)하니라”는 구절을 소개했다. 말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르지 않고, 몸으로써 가르치는 군주는 백성이 따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격언이다. 그는 “맹자가 말하길 ‘저 산을 넘어가려면 그 산을 넘어가 본 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성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유교는 나에게 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하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만물은 크게 나와 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 동물, 광물, 자연 등 나 이외의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남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은 나란 존재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그러나 나는 남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다. 그만큼 남은 내게 굉장히 소중하고 높은 존재다. 그래서 <대학>은 개인이 성공하는 비결로 경(敬)을 내세운다. 경은 몸을 공손히 할 공(恭)과 마음을 공손히 할 경(敬)이 합쳐진 것이다. 아울러 <대학>은 천하를 다스리는 요체(要諦)도 경이라고 가르친다. 경을 행할 때 남이 있고, 천하가 있다는 말이다. 내가 경을 행하기 위해선 우선 남에 대한 성실, 진실, 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였을까. <중용(中庸)>에서는 우주 만물의 이치를 정성 성(誠)자로 축약해서 표현하고 있다. 우선 나 자신부터 진실하고 성실해야 하며, 나아가 남에게는 삼가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하 대표는 “군자는 이것이 자신의 몸에 철저하게 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계 이황도 평생 누군가 글을 청하면 ‘경(敬)’ 한 자만을 써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군자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논어>의 도처에는 많은 표현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바로 수기이안민(修己以安民)이다. 군자는 반드시 몸을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만 백성을 편안케 해야 것이 소임이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공자께 ‘군자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는 수기이경(修己以敬; 자기 몸을 닦음으로써 남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로가 ‘그뿐입니까?’ 하고 묻자 이번에는 수기안인(修己安人; 몸을 닦아 남을 편안케 하는 것이니라)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잘 이해하지 못하자, 공자가 다시 수기이안백성(修己安人百姓; 몸을 닦음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군자를 이르는 표현은 도처에 무수히 있어 하나만을 꼽아 말하기가 힘들다.”

하 대표가 ‘군자’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 단어에는 ‘성인’도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성인은 세상에 옳고 바른 사람이 나와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염원한다. 이와 관련해 ‘인리향단(隣里鄕黨)’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인리향단은 이웃동네의 여러 사람, 즉 이웃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웃은 보통 다섯 집을 이웃이라고 한다.

“경서에 보면 군자가 자기 집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다섯 집의 마음을 얻은 후에 그 다섯 집을 통해 스물다섯 집의 마음을 얻고, 그 스물다섯 집을 통해 다시 이천오백 가구의 마음을 얻은 연후에 그 중에서 선별하여 오백 가구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여기서 다시 제기되는 것이 바로 경(敬)이거니와, 천하를 얻는 비결 또한 경에 있다. 실제로 옛날에 천자가 기후를 봉할 때 교서를 내리면서 맨 끝에 ‘경이 할지니라’고 했다. 유가에서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성공한 사람은 경(敬)해서 그렇고, 실패한 사람은 불경(不敬)해서 그렇다고 한다. 성공과 실패를 경?불공으로써 판가름하는 것이다. 불경한 사람은 진실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하며 정성되지 못했기에 불경한 것이다.”

군자(君子)는 그 자체가 학교이다

하 대표는 “군자는 백성을 먼저 가르침으로써 다스린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사랑으로 백성을 바로 잡고 예로써 다스린다는 뜻을 가진 인정예치(仁政禮治)의 준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유교에서는 정치라는 말 대신 치교(治敎)라는 말도 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 치교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벼슬자리에 있던 관료들이 낙향하면 사랑방에서 학교를 개설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왕의 부름을 받고 재등용되면 정사에 참여하여 다시 백성을 다스렸다. 군자의 몸은 그 자체가 학교이다. 왕은 왕만큼, 정승은 정승만큼 ‘살아 있는 학교’이다. 그런 만큼 군자에게 있어서 몸가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할 바는 몸을 낮추는 경이다. 모두가 잘 아는 예(禮)는 말할 것도 없다. 예컨대 한국 기업의 제품이 외국에서 아무리 잘 나간다 하더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잘난 척하는 순간 고객을 잃게 된다. ‘경자(敬者) 득인(得人) 득천하(得天下)’라는 말이 있다. 경을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사람을 얻고 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하병국 대표의 이력서

▲ 금곡(金谷) 河然淳, 字는 秉局
▲ 1947年 경남 진주 출생
▲ 4세부터 19세까지 지동(智棟) 선생 문하에서 유학 공부
▲ 20세에 상경 후 계속 유학에 전념
▲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치침서 집필을 목표로 30여년간 四書五經 교수지침서를 다수 집필해 오고 있음
▲ 면암학회 이사장
▲ 한국공자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