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국 지역신문 연수를 마치고

연수를 통해 알게 된 미국 지역신문의 시장 구조적 특징은 한마디로 매체 간 철저한 역할분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다시 나누면 신문시장의 독점화와 신문 종별 간 분점, 대형 일간지의 위축과 소형 지역주간지의 활성화로 요약된다.

미국도 과거에는 지금의 우리처럼 지역에서 다양한 매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대부분 통폐합을 거쳐 현재는 1지역 1신문 체제를 갖추면서 지역신문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있었다.

경영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저렴한 인건비, 활성화된 광고시장과 다양한 광고주 발굴을 통한 수익 창출, 그리고 무가지 없는 판매정책 등을 통해 철저한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 밀착 경영을 통한 독자와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에 충실하고 지역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기능을 중시하면서 다양한 지역사회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지역신문들의 조직구조는 사주와 발행인을 분리함으로써 경영권이 분리되어 있었고 편집권의 완전 독립이 보장되어 있었다. 특히 사내 조직의 친밀성과 유연성, 신문제작 경험자의 리더십, 초임기자의 철저한 활용 등은 국내 지역신문들이 꼭 활용해야 할 덕목이라 판단된다.

제작방향은 독자 신뢰를 확보하는데 최우선을 두고 있다. “눈앞의 이익이나 편의 추구보다 진실이 중요하다”는 슬로건 아래 편집권 완전 독립이라는 제도적인 보장을 통해 외부압력에 대응하고 지역 밀착형 기사와 권력 감시를 통해 독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독자확충과 광고 활성화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인력구조에 있어서 상당수 미국 지역신문들도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저임금 인력이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이들 모두가 전문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언론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고 내 기사로 지역사회와 국가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강했으며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기자의 권위와 영향력 또한 상당히 컸다.

편집부문에서 볼 때 지역신문은 지역밀착형 기사를 써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데 그 이유는 기사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독자들인 지역민들로 하여금 존재감을 부여하는데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해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있으며 보다 나은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지역사회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이같은 의식이 곧 민주자치사회를 형성하게 되고 이런 의식을 북돋아주는 역할이 바로 지역신문의 사명이라고 여겨진다.

덧붙이자면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뒷받침 해주는 역할을 지역신문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이슈에 대해 지역민의 이익에 서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지역민 스스로 행동하게 만듦으로써 참여와 행동을 통한 주민자치의 틀을 형성케 하는 것이다.

10일간에 걸친 미국 연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그 중 첫 번째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지역신문이 과연 지역신문이었나 하는 점이었다. 그만큼 미국의 지역신문은 철저하게 로컬기사에 충실했고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었다.

앞서도 열거했듯이 신문사의 위치 선정에서도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지역사회와는 다양하면서도 밀접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왜 실천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언론이라는 간판을 앞세워 우월감에 도취된 채 권위의식에 빠져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직한 기사들이 미국 지역신문에서는 1면 머리기사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지역신문이 무슨 생각을 갖고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했다.

설사 자기 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의 아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하더라도 그 기사를 써야 한다는 웨이크위클리 신문사 발행인의 이야기는 진정한 언론의 모습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었으며 기자라는 직업을 생계수단이 아닌 지역과 나라, 나아가 세계를 바꾸는 힘으로 생각하는 기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명예의식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은 이번 연수에서 얻은 값진 수확이었다.

짧은 연수기간으로 인해 자칫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음직한 연수를 짜임새 있고 내실 있는 연수로 이끌어주신 순천향대학교 장호순 교수님과 언론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이번 연수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토대로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통해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한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