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외국인 근로자 문제나 국민배우자로 불리는 국제결혼여성들에 대한 문제가 우리사회의 민감한 이슈로 자리했다.
최근들어 언론을 필두로 각종 사회단체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국제결혼여성들에 대한 사회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외국인 근로자와 국제결혼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담양지역도 현재 17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산업현장 일선에서 땀 흘리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144세대의 다문화가정 역시 지역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맞춰 지난달 15일부터 25일까지 한국언론재단에서는 ‘한국사회와 이주외국인’이라는 주제의 해외공동기획취재를 기획했다. 본지를 비롯한 전남일보, 영남일보 등 14개 지역언론사가 참가한 이번 해외공동기획취재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방문, 이들 국가의 인력송출기관 및 국제결혼 담당기관 등을 찾아 현지실태를 취재하고 문제점과 대안마련을 위한 개선책을 강구하는데 역점을 두고 10일간에 걸친 현지취재를 실시했다.
본지는 이번 해외공동기획취재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국제결혼여성의 눈에 비친 한국, 그리고 한국인의 모습을 조망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를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2. 외국인근로자 어떻게 볼 것인가

▲IOM하노이사무소 앤드류 소장이 취재진에게 베트남의 이주노동정책과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지닌 손님으로 대접하는 계기로 삼아야

이주외국인 문제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자리해왔다. 과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사의 나라 중동을 전전하며 일했던 우리네와 현재 같은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혀 다를 바 없다.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를 하며 돈을 벌어야하는 것도 서러운데 단지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인근로자가 우리나라 돈을 거저 빼앗아가는 게 아니라 같이 벌어주고 있는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소한 자신들이 일한만큼은 벌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2003년 9월 1일자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외국인근로자도 내국인근로자와 동등한 지위를 보장받게 됐지만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를 병행하는 어정쩡한 정책이어서 개운치 않은 뒷맛도 있다.

이 법률의 취지가 물론 우리나라의 생산기반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 외국인근로자를 이용하는 수단으로 제도가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외국인근로자들을 좋은 친구로,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지닌 손님이자 민간외교관으로 대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주나 근로자가 외국인근로자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필요해 활용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때야 비로소 고용허가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는 50만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약 35만명 이상이 불법체류자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보통 외국인근로자들이 송출업체를 통해 한국에 들어올 때 드는 비용은 8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외국인근로자의 초임이 80～90만원임을 감안할 때 꼬박 1년 이상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이 빚을 갚을 수 있고 대개는 이 빚을 갚는데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결국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3년의 기간은 이들의 목적인 돈을 벌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것.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근로자들이 근무지를 이탈, 돈을 더 벌기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데는 송출업체의 비리 또한 크게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송출비리에 대한 사전예방책을 강구하는 것도 불법체류자를 줄이는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에 대한 송출국의 입장은 어떠할까? POEA(필리핀해외고용청)의 입장을 들어보자.
POEA는 필리핀 정부기관으로 계약직 이주노동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약에 의해 특히 한국행 노동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 38세 이하로 필리핀에서 전과가 없고 불법체류 경력이 없는 근로자를 엄선해 내보낸다. 학력도 고졸 이상으로 학력증명, 경력증명, 신원보증 등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쳐 POEA에 등록한 근로자에 한해 한국어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서류는 전산처리 되므로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없다.

그러나 취재진과 동행했던 IOM(국제이주기구) 마닐라사무소 직원들은 “이 말을 믿는 필리핀근로자는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귀뜸한다.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있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과 만연된 부패 때문에 누구도 이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이와함께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IOM(국제이주기구)하노이사무소 앤드류 소장은 “한국과 베트남 간 MOU 체결 이후 송출업무는 비영리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요구에 따라 송출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으로 OWC를 설립하게 됐지만 여권발급, 건강검진, 비자발급 등 정부관리에 접근하는 과정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해 소위 팁이라 불리는 소개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으로의 공식 송출비용은 700불(항공료, 여권, 비자, 출발 전 교육 포함)이지만 송출과정 중에 수많은 액터(브로커)가 개입하면서 여러 경로를 거쳐 여러 사람에게 비용을 지불하다보니 비공식 송출비용이 매우 높아지면서 근로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양 모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근로자 바오 토(24)씨도 “2006년 1월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준 돈이 800만원 정도”라며 “상당수가 1000만원 이상 돈을 쓰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자신은 비용이 적게 든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웃돈을 주고 취업할 경우 돈을 더 벌기위해 작업장을 이탈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관계기관도 형식적인 단속에 그치지 말고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갖춰 외국인근로자 취업을 둘러싼 송출국의 부정부패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십, 수백의 외교관들이 벌이는 외교활동과 맞먹는 국위선양

▲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티켓을 쥐기 위해 한국어 강좌에 열심인 필리핀근로자들.

취재진이 마닐라 중심가에 위치한 필리핀 해외취업청(POEA)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은 한국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고용허가제가 본격 시행된 2004년 이후 한국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필리핀 근로자 수가 20만명을 웃돌 정도로 이곳은 ‘코리안드림’에 젖어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지에서 만난 필리핀 근로자들 상당수는 최대의 꿈이 한국에 취업하는 것이었고 한국행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 필수적으로 치러야하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2주일 과정으로 마련된 한국어강좌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행 티켓은 이들의 생각처럼 ‘장밋빛 희망’만은 아닌 듯 했다. 이날 취재진을 만나기 위해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한 필리핀근로자 탈라베라(39) 씨는 취재진에게 한국에서 억울하게 추방당한 사실과 함께 부당한 폭행사실을 폭로했다.

여느 필리핀근로자들처럼 희망에 부분 꿈을 안고 2006년 한국에 취업한 탈라베라 씨는 경기도 포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도중 불법체류자로 오인한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체포돼 필리핀으로 강제 추방됐다. 체포과정에서 탈라베라 씨는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수갑을 찬 채 폭행을 당해 아직도 거동이 매우 불편한 상태로 목발에 의존하고 있었다.

탈라베라 씨는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사업주의 무관심과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 강제로 추방된 케이스. 탈라베라 씨는 취재진에게 “불법체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단속 나온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자신을 불법체류자로 오인해 체포했는데 자신을 고용했던 사업주가 출입국사무소에 귀찮으니 그냥 보내버려라고 했다”며

“그 때 당한 폭행으로 현재 거동도 불편한 상태여서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 한국에서 근무하다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올해 4월 강제추방당한 필리핀근로자 탈라베라 씨. 체포과정에서 당한 폭행으로 아직도 거동이 불편하다며 취재진에게 상처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혹여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인력수출국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970년대 어려웠던 시절, 당시 우리의 형들, 누이들 상당수가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파견됐다. 또 많은 근로자들이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가며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낯설고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오로지 고국의 가족을 도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들이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한국으로 송금해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이처럼 외국에 송출한 노동력이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가 이제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외국인근로자를 차별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당시 독일에 간호사로 나갔던 50대 중반의 한 주부는 몇 해 전 독일에서 일할 때 가입했던 직장연금을 받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서류를 갖춰 보냈더니 곧바로 150만원을 보내왔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밥도 한끼씩 사면서 독일에서 돌아온지 30여년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몫을 잊지 않고 챙겨준 독일당국이 정말 고맙고 행복한 기분이 들더란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야 하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엄격히 추진해야 한다. 한 외국인근로자에게 베푼 선의는 결국 우리나라 국가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돌아간 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을 그리워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수십, 수백의 외교관들이 벌이는 외교활동과 맞먹는 국위선양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IOM(국제이주기구)하노이사무소 앤드류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베트남은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33,000명의 근로자를 한국에 보냈습니다. 이외에도 리비아 등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에는 고급인력을 한국에 보내기 위해 IT, 금세공 분야 등의 기술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앤드류 소장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베트남 정부 정책에 따르면 해외 노동은 단순한 실업문제 해결 수단이 아니다. 국내 인력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 등으로 보내 돌아온 노동자들이 베트남 경제에 많은 부분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자국에서는 기술 분야의 교육이 어려워 한국 등으로 보내 기술을 배우게 한다.

특히 한국에서 돌아온 귀환노동자들은 작업태도나 기술 보유 등으로 재취업이 아주 잘 되는 편이다. 다른 나라의 이주 노동자는 이주국에서 문화적 차이나 임금체불 등으로 어려운 경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이주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차별받는다는 사례를 아직 접하지 못했다.”

현재 담양에는 178명의 외국인근로자가 거주하고 있다. 중국 국적 근로자(51)를 비롯해 인도네시아(27), 타이(25), 베트남(24), 필리핀(16) 근로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파키스탄(9), 스리랑카(9), 우즈베키스탄(7), 캄보디아(4), 네팔(3), 카자흐스탄(1), 몽골(1), 방글라데시(1) 출신의 근로자도 있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400명 가까운 외국근로자가 담양지역 곳곳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이중 상당수가 작업장을 무단 이탈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고 한다.

7년 전 타국땅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갔던 베트남 근로자 ‘응아’는 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한국을 사랑하고 고맙게 여기는 우리의 친구들로 그 모습을 달리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담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 친구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다음호는 국제결혼이주여성 편이 이어집니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