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02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7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신상훈 신한은행 은행장이 ‘신한은행의 도전과 성공’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화려한 도자기보다 넓은 사발이 되고파”

24년 대 109년. 지난해 4월 1일 109년이라는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을 흡수, 통합하면서 자산규모 국내 2위 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한 신한은행.

1982년 영업을 개시한 이 후발 은행이 1897년 문을 열었던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은행을 집어삼킨 것은 금융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만한 대사건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늘의 신한을 가능케 한 것일까? 신한은행 창립멤버 출신으로 통합 신한은행호의 첫 선장이 된 신상훈 은행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신한은행은 1982년 7월 7일 첫 영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본금 250억원, 직원 279명, 지점 4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해 조흥은행과 통합하면서 총자산 163조원, 자본금 9조2천억원, 직원 1만4천명, 지점 980개의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급성장의 열매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말 이후 신한은행의 평균 성장률은 26%였는데, 그것은 다른 시중은행이 평균 성장률 20.3%를 기록하고 있던 기간에 세운 성과였다. 신한은행은 다년간 고객만족도 분야에서도 1위의 평가를 받았는데, 친절하고 깨끗한 우량은행이라는 호평이 금융계 주변에서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신한은행에는 ‘다른 은행에는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경영대학 정동일 교수 같은 사람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직접 책까지 썼다. ‘대한민국 은행권 최초의 성공 전략 보고서’로 통하는 <신한은행 방식>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1)고객만족 (2)강한 기업문화 (3)공정한 인사 (4)변용의 리더십 (5)한발 앞선 혁신 (6)윤리경영과 투명경영 (7)사회적 책임 경영 등 7가지를 신한은행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그렇다면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의 생각은 어떨까?

“무엇보다 먼저 우리에게는 ‘고객을 위한 한국 최고의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당연히 그 출발점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온갖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1980년대 신한은행 직원들이 창구에서 일어나 인사를 시작하자 초기에는 고객들이 깜짝 놀라 나가버리기도 했다.

찾아가는 영업 방식도 이 무렵에 도입됐다. 동전교환기를 들고 시장의 상인들을 찾아다녔다. 은행의 문턱이 높던 시절 도입된 서비스 혁신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친절은 기본이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고객은 ‘친절 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1980년대의 ‘고객만족’에서 1990년대의 ‘고객감동’으로, 2000년대의 ‘고객성공’으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 나갔다.”

신 은행장은 위기의식과 도전의식도 성공비결로 작용했다고 고백했다. 총자산(20배), 자기자본(21배), 총수신(27배), 당기순이익(8배), 임직원수(37배), 점포수(35배) 등 전 분야에 걸쳐 시중은행보다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모든 구성원은 항상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도리어 그것이 불퇴전의 도전의식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기의식과 도전의식은 지속적인 혁신의 밑거름이 됐다. 구성원들은 ‘기존 은행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부서장 경영전략회의 도입(1982년), 365 바로바로코너 설치(1992년), 고객만족센터 설치(1993년), 사업부제 도입(1998년), 인터넷뱅킹 도입(1999년), 직원만족센터 설립(2002년) 등의 아이디어도 그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혁신적 시스템이 도입될 때마다 영업수익 그래프가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열정적인 기업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일반화돼 있지만 도입 초기에는 낯설었던 가두캠페인과 업적평가대회는 조직원들로 하여금 주어진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다고 신한은행이 무조건 직원들의 정신력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업계 최고 대우, 인정과 배려, 빠른 승진 등의 동기부여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자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는 일벌레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신한은행의 임원수가 적었던 것이 도리어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이제 제2의 목표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월드 클래스 뱅크'(World Class Bank)에 도전하려는 것이 바로 그 원대한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물리적 통합, 사람의 통합, 비즈니스의 통합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을 과감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은 기업시민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해나갈 것이다. ‘신한은행은 돈만 잘 벌고 자신의 풍요로움만을 추구하는 화려한 도자기형 기업이기보다는 넓은 사발처럼 쓰임새 많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고객도 품고 사회도 품는 넉넉한 은행을 지향한다’는 2004년 창립기념사를 가슴에 아로 새길 것이다. 성공의 정점에서 혁신을 추구했던 GE와 그렇지 못했던 야후가 던져준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신상훈 은행장의 이력서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 연세대 경영학 석사
▲ 1967년 한국산업은행 입행
▲ 1982년 신한은행 입행, 창립멤버
▲ 신한은행 영동지점장, 오사카지점장
▲ 신한은행 자금부장, 영업부장
▲ 신한은행 영업부장 이사대우
▲ 신한은행 상무
▲ 신한금융지주회사 상무
▲ 한국CEO포럼 공동대표
상훈: 산업포장, 재정경제부장관표창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