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이제는 삶의 일부로

대나무 축제로 엊그제 입하(入夏)가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우리 몸은 계절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기 위해 반팔을 입게 되고 시원한 음료를 찾는다.
여름철을 이겨내기 위해 방편으로 조상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두 가지 보물을 주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대나무’가 그 하나이고, 영산강 상류를 따라 수백 그루의 나무가 마을숲을 형성하고 있는 ‘관방제림’이 그것이다.

관방제림 조성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조선 영조 32년(1756)에 발간된 ‘추성지(秋成誌)’에 보인다. 추성지에는 “용천산에서 흘러내린 북천이 담양부 2리를 지나면서 해마다 홍수가 져 피해를 내므로 부사 성이성(成以性, 1648~1650)이 조례를 정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1854년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제방을 보수하고 숲을 조성하였다는 기록도 있어 현재의 나무 수령이 최고 400여년에서 15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관방제림은 담양읍 남산리 동정리에서 시작하여 천변리를 거쳐 수북면 황금리 대전면 강의리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이 숲은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나무, 벗나무 및 은단풍 등 여러 가지 낙엽성 활엽수들로 이루어졌으며, 나무의 크기도 가슴높이의 줄기둘레가 1m정도의 것부터 5.3m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다.

지난 400여 년 동안 관방제림은 오랜 세월 우리 군민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슬픔과 기쁨을 같이 한 자연문화유산으로 정서적인 측면과 함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과 저절로 일렁이는 촉촉한 한줄기 바람, 여기에 우렁찬 매미소리에 빠져들지 않은 군민이 어디 있으랴?
소쿠리, 바구니 등 죽제품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무수히 관방제림을 지나다녔던 우리네 부모님, 어릴 적 마땅한 놀이터도 없이 팽을 따 먹기 위해 나무에 오르기를 수십 수백번 …,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우리네 머릿속 저편에 자리 잡은 기억은 떨쳐 버릴 수 없을 것이다.

■ 관방제림을 위협하는 요인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관방제림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유전적인 인자보다는 환경적인 유해요인에 의해 건강과 수형이 변하고 있다. 태풍이나 강풍으로 인해 가지의 부러짐이나 갈라짐 현상이 발생하고 각종 병충해로 인해 고사하고 있다. 또한 생육공간이 제방으로 한정되어 있어 뿌리의 생육공간이 협소하고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로 인하여 성장둔화 등 수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5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보호수에 대한 외과수술, 영양공급, 지주대 설치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심혈을 기울인 결과 보호수 관리에 대한 노하우 등 자연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데에 있었다. 지난 2004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되고 인근 죽녹원과 함께 우리고장의 대표적인 명소로서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극히 일부 관광객들이 행하는 각종 추태(?)는 상상을 불허하고 있다.
나 하나만 편하자고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기본이며, 음주, 고스톱 그리고 제집인 양 길게 누워 잠을 자는 사람 등……. 가슴속 시원 상큼한 공기를 마시러 오는 다른 사람들의 코끝을 자극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등 역기능 작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관방제림 내에서 이러한 행위가 행해지지 않게 위해서는 군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생태도시를 추구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고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도 이들을 꾸짖고 채찍을 들어야 할 때라고 본다.
매일 새벽녘 아침 공기를 마시며 추성경기장 트랙을 돌고, 저녁노을을 등지고 아이들과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가족의 오감만족을 위해서도 결코 좌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관방제림은 국가에서 지정관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이지만, 문화재이기 전에 우리들 삶의 일부인 것이다.

■ 우리들도 후손에게 그대로…

관방제림은 담양군이 자랑하는 문화공간이며, 새로이 부각되는 문화브랜드임이 틀림없다. 관방제림의 사계절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벚꽃 흐드러짐과 새싹의 순수함이 물든 봄날의 깨끗함, 참매미 자지러지게 우는 여름날의 시원함, 낙엽이 온 제방길을 뒤덮어버리는 가을날의 호젓함, 적막감 감도는 겨울 숲의 스산함. 이 모든 것이 관방제림의 매력일 것이다.
관방제림! 우리 선조가 이룩한 문화자산이자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로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