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영향평가와 종합적인 실태분석 선행돼야
전문교육 연수프로그램 통해 전문가 양성 시급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된 1995년 이후 한국은 바야흐로 축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축제가 넘쳐난다.
230여개의 지자체가 연중 쏟아내는 축제는 흡사 전통 닷새장의 방물장수의 좌판처럼 다양하다.
얼핏 보면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축제의 성격이나 규모가 거의 흡사하다. 축제가 지자체 실시 이후 지자체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앞다투어 채택됐음에도 실제 전국의 권역별 축제는 이름과 외피만 다를 뿐 주제나 메시지는 대동소이하다.

현재 전국에는 해마다 1000여개의 축제가 펼쳐진다. 일년 내내 어디를 가든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화소비자들은 잔뜩 기대를 갖고 참여한 축제가 요구에 크게 못 미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사실상 축제의 변별력이 없음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대나무축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 년 째 축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여전히 판박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마다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문화적 충족도는 되레 떨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그렇다고 축제를 없앨 수는 없다. 여전히 제대로 된 축제는 지자체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유효한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도 12년이 됐다. 축제가 여전히 지자체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유효한 방안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군이 시행하고 있는 대나무축제도 축제 전반에 대한 진정한 검토와 점검이 필요하다.

축제의 판을 제대로 해부하여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행정에만 맡길 수는 없다.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 91년 지방자치제가 처음 도입되고 이어 95년도부터 민선 지자체장 시대가 열리면서 전국의 지자체는 앞다투어 다양한 주제의 축제를 선보여 왔다.

또 축제가 지자체의 변별력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유용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지역문화축제는 급속하게 증가하여 민선 자치시대 11년 째 들어선 현재, 축제의 종류나 규모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2007년 현재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역문화축제는 1000개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른바 ‘세계 · 국제’라는 명칭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축제도 50여 개가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 실시 이후 권역별 축제가 범람하고 있는 것은, 전국의 지자체가 지역문화축제를 ‘살림살이 불리기’, 혹은 단체장의 홍보 차원에서 유효한 방안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문화축제가 지자체의 특성을 알리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축제는 상당한 기여와 함께 효과도 거둔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문화축제가 지역의 독특한 역사문화를 계승 · 발전시키고 지자체 구성원에게 문화적 자긍심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은 큰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또 현행 축제 중 지역의 경제적 부대효과를 극대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축제로 정착된 모델 또한 다수가 발견된다. 그러나 대다수 축제에 대한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축제의 중요한 가치인 문화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왜곡하거나 훼손시키는 사례도 왕왕 발견되는 게 사실이고, 또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되어 결국에는 이것이 고착화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문화관련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지역문화축제 중 일부는 수백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문화적 정체성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어느 쪽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결국에는 혈세만 낭비했다는 참담한 비난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일부 축제는 지나친 관 주도형으로 치러져 오히려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례도 있으며, 축제의 본래 성격은 무시된 채 지역의 상품판매행사로 전락한 사례도 다수 발견된다. 특히 축제의 규모나 내용은 고려치 않은 채 축제 명칭에 ‘세계 또는 국제’라는 용어를 남발하여 국제적 망신(?)만 산 경우도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확산일로에 있는 지역축제에 대한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현재 전국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축제에 대한 정확한 영향평가와 종합적인 실태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몫이자 또 광역자치단체의 몫이다. 이같은 종합적인 실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정부는 지역축제의 지원계획, 지원방식 등 차별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 지원의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잣대에 의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축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전폭적인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못한 축제는 과감하게 지원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책임정책이 절실하다.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를 서둘러 전망이 불투명하면 과감하게 버리는 정책적 결단 또한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버리거나 또 현재의 모습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두 번째는 지역문화축제를 계획하고 이를 치루는 축제운영 주체에 대한 검증문제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대부분의 축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나무축제를 비롯한 일부 축제의 경우, 행정과 민간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지만 축제가 지자체의 올바른 문화적 정체성과 변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조직이 꾸려져야 한다.

담양군도 몇 해 전부터 축제의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기구인 대나무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사실상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같은 여론의 중심에는 대나무축제추진위원회가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축제의 주도권을 여전히 관이 차지하고 그 중심에 행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6년도 전국 50대 대표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분석 결과 대나무축제를 비롯한 전남도내 8대 지역축제의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대나무축제의 경우 방문객 만족도 부문에서 7점 만점에 4.48점을 기록, 전국평균 축제만족도(4.69)보다 낮았다.

이와관련 축제평가위원들은 “대나무의 고유한 성격을 살리려는 의도에 지나치게 집착해 축제의 흥이 없었다”며 “대나무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퍼포먼스나 전시물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공적인 대나무축제 운영을 위해서는 대나무축제추진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행정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정기적이고 상시적인 ‘축제 컨설팅단’을 구성하는 한편 전문적인 교육과 연수프로그램을 통한 축제 전문가를 양성하고 다양한 축제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들이 가시화 될 때 비로소 대나무축제도 지역축제의 변별성과 독립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