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전문 연수를 다녀와서

# “상상이 상상을 이끄는 지금은 상상시대”…남이섬

강원도 춘천에서 뱃길 따라 5분 거리에 있는 나미나라 남이섬.
일행을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떠난 님을 기다리는지 머나먼 바닷가를 조용히 응시하는 인어상이었다.
인어상이 이곳의 명물이 된 것은 불과 6년 전이다. 남이섬 숲속 어딘가에 아무렇게 방치된 나체의 여성조각상을 바닷물 속으로 옮겨놓았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조각상은 온 몸이 드러났다가 다시 잠기곤 한다.
남이섬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6년 전인 2001년도다. 야외 곳곳에선 고기를 구워먹는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유원지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에 싸움질이 끊이질 않았다. 자연은 훼손되고 남이섬은 파산 직전이었다.
이런 남이섬을 바꾼 장본인이 당시 취임한 (주)남이섬 강우현 대표다. 그는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만들며 동화를 쓰기도 한다. 그의 월급은 1년간 1200원에 불과했다.
2001년 27만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이 2005년 167만명(외국인 29만)에 육박했다. 지금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방문객이 2천명을 넘는다. 남이섬의 혁신경영 성공은 어디에서 왔는가?
2002년 ‘겨울연가’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진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비롯 배용준-최지우가 첫 키스를 나눴던 그곳. 남이섬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사람을 사계절 볼 수 있다. 조롱박도 어느덧 눈사람으로 변했다. 길가에는 물론 나무에도 주렁주렁 눈사람이 매달려 있다.
쓸모없는 타일조각은 벽화의 소재로 아름답게 변화했고 건축폐기물은 조형물로, 참이슬 병으로 만든 일명 ‘이슬정원’은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명소다.
남이섬이 겨울연가로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강우현 대표는 겨울연가를 잊으라고 말한다. 그보다도 잘 가꾼 생태환경과 재활용한 쓰레기 조형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빚어낸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창조물이 남이섬의 재산임을 강조한다.
남이섬에 고용된 인력은 100여명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령에 상관없이 월급은 제각각이다. 직원은 고용될 때 원하는 임금을 적고 채용시 그 임금을 그대로 받는다. 따라서 20대 청년이 100만원을 받기도 하고 70대 할아버지가 300만원을 받기도 한다. 이곳의 정년은 80세다.
상상이 상상을 부르는 지금은 상상시대를 강조한다. 쓰레기는 ‘쓸애기’다. 역발상의 상상경영과 청개구리 경영이 재현되는 곳. 밤 11시가 되면 섬 전체 조명이 꺼진다. 동동주를 팔던주점도 10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는다.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밤하늘의 별과 달을 감상하는 시간이 된다. 청솔모, 사슴, 타조 등이 들판을 뛰논다.
적막감이 감도는 남이섬은 2005년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독립선언을 선포했다. 무법천지법이란 헌법도 만들고, 나름 고유 문자로 생성했다. 모든 물품은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지만 식량은 아직까지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5월엔 세계 책나라 축제가 있다. 1년 내내 각 국가의 날을 선포한다. 가령 4월 16일은 프랑스의 날, 이런 식이다. 그날은 국내에 있는 그 나라 사람들은 초청하고 축제를 연다. 그 나라 외국인은 그곳이 조국 같다고 좋아하고,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외국 같다고 좋아한다.
싸구려 유원지에서 환상의 동화나라로 변한 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은 그 자체가 테마파크다. 남이섬을 방문해 강우현 대표의 독특한 정신세계 속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남이섬이란 문화콘텐츠를 제대로 만끽해볼 수 있도록 한번쯤 꼭 가보록 추천하고 싶다.

# 한국 유니버셜스튜디오…남양주종합촬영소

남양주종합촬영소를 가는데 조그만 문제가 생겼다. 남이섬을 떠나 우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남양주가 아닌 양주 대장금 세트장이었기 때문. 일정이 없던 곳을 경유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몇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양주종합촬영소와 부천 판타스틱스튜디오를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늦게나마 함께 했던 일간·주간지 지역신문 기자들과 언론재단 관계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영화의 해’를 선포했던 1991년. 영화인들은 시나리오 하나만 들고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장소를 염원했다. 그러한 염원을 담아 총면적 400,240평, 건축연면적 13,575평, 소요예산 660억원(부지매입 75억원 별도), 공사기간 6년 8개월을 거쳐 1997년 11월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준공됐다.


이곳엔 촬영스튜디오가 6개 있다. 녹음과 편집실을 포함한 영상관과 영화문화관·영상체험관 등이 있는 영상지원관, 약 3만평 부지의 야외촬영장, 반영구적으로 숙식이 가능토록 제작된 전통한옥 세트 ‘운당’, 그리고 춘사관이 있다.
즉 현상소만 없을 뿐 영화촬영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 남양주종합촬영소다.
이곳에서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취화선’, ‘음란서생’, ‘천년학’, ‘형사’, ‘왕의 남자’, ‘짝패’ 등 수십여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이곳에서 촬영을 하려면 제작사에서 자체 세트장을 지어야 한다. 종합촬영소에서는 단지 부지만 제공해줄 뿐이다.
하지만 ‘JSA’처럼 단순히 영화세트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통한 비극적 현실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부여했고 남양주촬영소에서 세트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 실제 판문점을 몇 번 다녀와서 세밀한 설계와 고증 작업을 통해 99년 10월 착공, 2000년 4월 완공했다.
반면 2500평 규모의 ‘형사’와 ‘음란서생’를 촬영했던 세트장은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어져서 그런지 지붕이 무너지고 벗겨지는 등 보존상태가 매우 불량하다.
종합촬영소 관계자는 “올 말까지 다른 드라마나 영화촬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체 철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음란서생 촬영지 바로 위에는 취화선과 천년학 등이 촬영된 민속마을 세트장은 5년간 보존토록 돼 있다. 전체제작비 60억원 중 22억원을 세트제작에 투여했으며 건물 사이사이에 골목길을 내고 가옥높이도 달리해 실제 동네에 들어온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전남 해남 수몰예정지에서 흙돌담 자체를 그대로 옮겨왔으며 골동품상을 돌며 수집한 5백여개의 골동품을 설치했다.
‘왕의 남자’중 줄 타는 장면과 ‘짝패’, ‘황진이’, ‘스캔들’ 등이 촬영된 전통한옥세트 ‘운당’은 조선후기 양반 가옥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반영구 세트장이다.
그밖에 영화탄생부터 발달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상문화관, 영상체험관, 2D, 3D 미니어처 합성방식으로 촬영된 애니메이션 영화 ‘원더풀 데이즈’의 미니어처 세트 전시장과 인간의 감각인 후각, 시각, 촉각, 청각 등을 느끼며 감상하는 10분 영화감상 등 한국영화의 제작 메카를 감상할 수 있다. 입장요금은 어른 기준 3천원이다.

# 테마파크 기반 시설의 활용

나주시 삼한지 테마파크나 대조영 세트장, 대장금 세트장, 겨울연가 촬영지 등 우리나라의 조금 규모가 큰 드라마·영화 촬영지는 대부분은 테마파크로 나아가 성공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이섬의 경우 남이섬 자체만의 강한 색채로 인해 이미 테마파크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도학 한국영화산업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는 삼한지 테마파크 등 다른 지역의 촬영지는 테마파크로 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촬영 ‘세트장의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방안’이란 주제 강연에서 관광자원으로서 테마파크형 오픈세트 조성을 위해서는 주 수입원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상당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마파크는 장기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주시의 경우 주몽의 열기가 식었을 때 관광객이 다시 오게끔 만드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적 특색을 고려해 주변 문화관광 시설 및 유적과 하나의 관광코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이고, 테마파크형 세트장을 조성할 때는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다원화해 하나의 방송사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마파크형 오픈세트를 운영할 때 유의할 점은 세트에 대한 관광 시설뿐 아니라 먹거리, 볼거리, 체험 등의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고 계속적인 공연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관광수입을 주매출로 하는 헝디엔 스튜디오는 숙박, 식사 등의 편의시설과 세트장마다 1~2시간 간격으로 공연이 진행되며 말을 타거나 창을 던지거나 인력거를 타보거나 와이어 액션을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세트장을 유지보수 할 수 있는 충분한 관리 인력이 있어야 하고 세트장과 관련된 소품의 보관 및 조달 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소품, 의상 등의 보관과 입출고 관리를 위한 바코드 시스템 도입 등으로 소품 대여사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 /양상용 전문기자· 장성군민신문 김은정 記者 공동취재